brunch

꼭 주식투자를 해야 할까?

횡보장에서 내 자산을 지키는 방법

by 신거니

동학개미운동의 여운도 사그라든 요즘, 주변에서는 이제 주식 관련 얘기가 거의 나오질 않는다. 실제로 거래량 자체도 작년 초에 비해 많이 안정화된 추세다. 3,000 포인트를 찍고 쭉 내려와 다시 횡보장으로 들어선 코스피 지수 때문인지, 주식 투자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이제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식 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정말 뭘 사든 벌던 장세였다. 물론 그 와중에 잃을 사람은 착실하게 잃었지만 말이다. 그러다 하락장이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주가 지수가 횡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개별 주식 단위에서는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지수에다 투자를 했다면 재미를 크게 못 보는 시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아예 주식장을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훨씬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코인 시장으로 옮겨간다.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사실 주식투자로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금리인상이나 테이퍼링 등 투자에 부담을 주는 사안이 터져 나오며 투자심리도 많이 위축되었다. 투자를 안 하면 나만 바보가 될 것 같아 우르르 몰려갔던 이들은 이제 갈 곳을 잃었다.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할까? 계속 투자를 이어가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두고 적금이나 부어야 할까?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을까?


애초에 모든 사람이 주식 투자를 해야 할까? 개별주식을 꼭 사야 하는 걸까? 물론 주식은 현존하는 가장 수익성 좋은 투자 수단이다. 심지어 부동산보다도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평균 수익률' 관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S&P500에 투자했다면 장기적으로는 거의 100% 돈을 번다. 하지만 개인의 관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돈을 묵혀두기 어렵다. 돈 나갈 일도 생기고, 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굳게 마음을 먹거나 시스템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손절과 익절의 유혹에 시달린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계적인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기관과는 다르다. 심지어 가격이 더 오를걸 알면서도 당장의 소비를 위해 종목을 파는 경우도 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거다. 주식 투자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단기적인 수익률만 보고 일희일비한다.


이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다. 조금 떨어지면 손해를 메우려고 팔고 싶고(손절), 조금만 오르면 이익을 챙기려고 또 팔고 싶다(익절). 그러니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수수료와 각종 세금, 그리고 손해만 떠안는다. 결과적으로는 남는 게 별로 없다. 사실 주식 투자는 자신의 본성을 얼마나 이겨내고 기계적으로 생각하느냐가 좌우하는 게임이다. 결과적인 차트의 움직임과 정반대로 움직이다 잔뜩 손해를 보는 건 너무 '인간답게' 사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마음 가는 대로 투자를 하면 돈을 잃는다. 작년의 상승장은 그 천운 중 하나였고, 그 타이밍에 들어온 개인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주식 투자 좀 잘하는데?' 그렇게 신나게 투자금을 올려서 마구 사들이다 보니 하락장에서 버텨내질 못한다. 특히 상승장에서 투자를 시작했다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주식은 하락할 수 있다'는 개념이 자리잡기 어렵다. 주식은 하락할 수도 있고 심지어 증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주식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경기의 상승세를 온몸으로 누리려면 반드시 가져야 할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개별 주식에 대한 종목분석을 철저하게 해서 신중하게 매매한다. 둘째, 주식투자를 대행해주는 펀드나 ETF에 투자한다. 셋째, 자산배분 투자를 통해 손해를 최소화한다.


지수가 횡보하는 요즘엔 결국 개별 종목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이를 분석하지도 않고 들어가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주가는 정말 수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나온 결과물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실적과 기반에 영향을 받는다. 주식 투자는 단기적으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게임이 아니다. 그건 매매(트레이딩)의 영역이다. 내 돈을 기업이 가져가서 착실하게 불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게 투자다. 매매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아예 별개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소리다.


기업의 모든 요소를 속속들이 안다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까진 없다. 오히려 기업 내부자가 투자로 돈을 못 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주가란 기업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미래가 불투명하면 주가는 내려갈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52주 신저가를 찍으며 이를 증명해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여러 이슈가 겹치며 주가 관점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량적인 지표뿐만이 아니라 정성적인 지표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최소한 그 종목을 고른 탄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설령 틀리더라도 좋다.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더 나은 답을 찾아가면 된다. 지금 당장은 주가가 내려갈 수 있지만 내 통찰이 맞다면 언젠가 빛을 발할 날이 온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만 듣고 종목을 고르면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질 않는다. 돈을 벌든 잃든 자신의 힘으로 분석해야 한다.


만약 그럴 여력이 없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여전히 좋은 펀드와 좋은 ETF를 골라야 하는 과제가 남긴 하지만 적어도 개별종목보다는 훨씬 분석하기 편하다. 특히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샀다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할 주가의 흐름에 모든 걸 맡기면 된다. 나 역시 개별종목만큼이나 각종 인덱스 펀드에도 같이 투자하고 있다. 내가 모든 걸 알 수 없으니 시장에다 자금을 맡기는 거다.


동시에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자산배분을 한다면 더욱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겹치며 금과 달러 가격이 많이 오르는 추세다. 같은 이유로 원유 선물이나 원자재 가격도 많이 올랐다. 만약 주식에만 100% 가까이 투자했다면 최근 큰 손해를 봤을 개연성이 높다. 물론 투자를 잘하는 능력자들은 이 와중에도 돈을 벌었겠지만.


사실 자산배분이나 간접투자 등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내 본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다. 주식투자로 승부를 보겠다면 제대로 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중간이라도 가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모두가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모두가 돈을 챙기려면 주가가 끝없이 계속 올라야 하는데 그게 바로 버블이다. 눈치 빠른 몇몇이 먼저 빠져나가고 그 뒤로 공포감에 질린 이들이 주식을 다 던진다. 그렇게 우리가 흔히 보는 급경사가 만들어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내 삶을 챙기는 게 우선이다. 애초에 투자를 할 시드머니를 모으려면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투자만으로 시드 머니를 만들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잘 되면 몰라도 잘 안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다른 창구에서 자금이 들어올 수 있어야 손해를 보더라도 메울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을 떠나 심리적인 관점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게 더 낫다. 언제까지고 계속 신경 쓸 수는 없으니까.


완전히 떼놓을 수도, 그렇다고 마냥 붙어있을 수도 없는 주식 투자.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뭔가를 만들어보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