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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문제가 있다면 우선 해야할 일

일, 사랑, 돈, 자아, 그리고 건강

by 신거니

그럴 때가 있다. 인생의 문제가 얽히고설켜 머릿속을 한껏 괴롭히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짚어보려 해도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그런 순간이. 한없이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잡고 풀어보려 하지만 삶의 문제란 차분히 앉아 기다리는 법이 없다. 그렇게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신발을 적시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차라리 아주 분명한 단 하나의 문제가 눈앞에 있다면 그 녀석만 처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삶의 문제는 몸에 주렁주렁 달고 사는 자잘한 잔병과 같이 각기 다른 영역에서 신호를 보낸다. 머리는 아프고 옆구리는 가렵고 소화도 잘 안된다면 뭐부터 해결해야 할까? 두통약을 먹고 피부약을 바르고 소화제를 먹으면 된다. 질병이라면 이런 식으로 다스리면 된다지만 인생은 그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다.


만약 삶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이전에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 상황이 어떠한지를 알아야 우선순위를 정해서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수 있으니까. 이는 조직 관점에서도 꽤 훌륭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꼬투리를 잡아 하나하나 지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전체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상황을 정의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면 우선 명상이나 산책을 한다. 어떤 게 문제인지 제한 없이 떠올리기 위해서다. 수많은 상념이 뒤죽박죽 재생된다. 그리고 저마다 자기가 제일 급한 일이라며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재료를 한껏 끌어안았다면 이제 알맞은 상자에 넣을 시간이다.


인생의 문제는 대개 다섯 가지 중 하나의 카테고리에 속한다. 건강을 제외하면 이 브런치의 대주제이기도 하다.

1. 일: 직업, 진로, 회사, 학업, 업무 성과 등

2. 사랑(관계): 연애, 결혼, 친구, 가족 등

3. 돈: 경제적 자유, 경제적 어려움, 재테크, 내 집 마련 등

4. 자아: 삶의 의미, 우울감, 충만함, 불안 등

5. 건강: 죽음,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질병 등


물론 이 카테고리 외에도 얼마든지 다른 분류법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나의 문제를 그저 문제로만 두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정리하는 것이다. 위의 기준은 일종의 템플릿이다. 예를 들어보자.


1. 일: 회사에서 상사와 트러블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2. 사랑: 배우자와 최근 냉전 중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3. 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부족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해야 할까?

4. 자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5. 건강: 건강검진을 했더니 간수치가 안 좋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하나하나 뜯어보면 큰 문제이지만 이렇게 펼쳐놓으면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분류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상황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막연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우선 정의되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또 막연함이 덜어져야 마음의 피로감도 덜하다. 한숨부터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소매를 걷고 하나씩 달려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아이패드에 삶의 문제를 분류하고 써 내려갔다. 그렇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조금씩은 보이기 시작한다. 뭔가 모를 불안감에 괴롭다면 한 번쯤 활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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