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를 외치기 전에
투자를 한다고 하면 자연스레 듣는 질문이 있다. "코인은 안 하세요?" 그만큼 암호화폐 투자는 어느 정도 대세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투기 광풍이 불었을 때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여기에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촉발한 '도지 코인' 사태가 한몫했다. 아니, 사실 그것만은 아니다. 암호화폐 투자에는 그보다 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암호화폐는 투기의 대상으로 보면 세상 간단한 투자처다. 동시에 기술 관점에서 보면 아직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없는 듯하다. 탈중앙화'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암호화폐가 마주한 가장 주요한 이슈는 바로 '신뢰성'이다. 지금의 화폐,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가 신뢰성을 갖는 이유는 뭘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체인 미국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이다. 즉 기성 화폐의 가치는 집중화된 권력이 부여하게 된다. 그래서 미국은 시장에 유동성을 무한정 공급하는 '양적 완화'를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해왔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월가의 은행에 구제금융을 실시해 큰 반발을 샀다. 금융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을 구하기 위해 돈을 무한정하게 찍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그 유명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로 이어졌지만 결국 은행들은 기사회생하게 된다. 그 사이 피해를 받은 수많은 시민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했다.
미국 정부는 달러를 통해 권력을 휘두른다. 여기에 반발을 하며 나온 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다. 암호화폐는 기존 화폐 체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귀속되지도, 또는 해킹당하지도 않는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모두에게 동등한 경제적 권력을 부여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앞서 언급한 신뢰성의 이슈를 기술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해결했다. 여기까지가 암호화폐가 가진 기술적, 사회적 의의다.
다만 많은 이의 관심은 오로지 암호화폐가 가진 투자 내지는 투기 대상으로서의 가치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차트와 호가창을 분석하며 단타에 열을 올린다. 사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흔하게 보아오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 유의미한 투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까?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NFT, 메타버스와도 연계되어 있다. 하나같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기술이다. 제2의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어디에, 어떻게 활용될지는 기술의 개발과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결정되리라.
사실 암호화폐가 문자 그대로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폐는 가격의 안정성이 기본이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지금의 코인 시장을 볼 때 과연 결제수단으로써 의미가 있을까? 일론 머스크도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게 한다고 했다가 철회를 한 바가 있다. 그만큼 가격의 변동성이 심하기에 (또 많은 투자자가 그걸 원하고 있기에) 이를 이용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건 요원하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기존에 이용하던 종이 내지는 전자화폐(통장에 들어있는 돈)의 가치가 안정되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부가 화폐 유동량이나 금리를 조절해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암호화폐는 메타버스 등 가상으로 구축된 세상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가상세계의 화폐를 실물 화폐로 변경해주는 거래소만 잘 유지된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예술 작품에 NFT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암호화폐로 받는다. 아니면 메타버스 세상에서 콘서트를 펼치고 티켓 비용으로 암호화폐를 받을 수도 있다. 상상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암호화폐는 거래소를 통해 기성 화폐로 교환된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엄청난 돈을 축적하는 10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코인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걸까? 사실 암호화폐는 기존 투자자산 관점에서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가격의 변동성이 심하고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디지털 금'이라고 불렸지만 완전한 안전자산으로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침체기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방어해주는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나 중앙은행 등 기존의 권력체계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도 큰 약점이다. 사실 '탈중앙화'를 외치며 세금이나 감시를 피하려는 암호화폐를 곱게 볼리 없다.
그러면 혹자의 말대로 단타를 계속 이어가며 순수하게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면 될까?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느 투자가 그러하듯 실패한 자는 말이 없다. 비트코인 열풍이 한창 불었을 때 주변에서도 암호화폐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세상에 100%는 없는지라 누군가는 성공하겠지만 말이다.
가능성으로만 보면 완전히 무시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빠질 수도 없는 게 암호화폐 투자인 듯싶다. 그나마 최선의 방법은 일정 수준 자산군에 편입시키고 분할매수를 이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암호화폐를 비롯한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에는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인의 진정한 가능성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