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에 대한 단상

이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by 신거니

결론: 브랜딩이란 '그 브랜드가 꼭 있어야 하는 이유'다.


수많은 브랜드가 명멸하는 가혹한 시장 환경 속, 브랜딩은 '그래서 네가 왜 존재해야 하는데?'를 지속적으로 묻는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브랜드는 실수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타 브랜드에 비해 저렴해서요.'

'멋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요.'


내가 가진 브랜드보다 더 가격이 싼 브랜드가 나올 수도 있다. 더 멋진 브랜드가 나올 수도 있다. 더 이목을 끄는 브랜드가 나올 수도 있다. 브랜딩이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굴하지 않고 그 브랜드만의 고유함이나 존재 의미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기능, 혹은 가격적인 메리트는 금방 따라 잡힌다. 물론 기능적인 장점 역시 브랜딩에서의 소구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같은 초격차 프레임을 유지한다면 모를까. 그래서 브랜딩이란 실은 사람들의 인식을 점유해야 한다.


항상 예시로 드는 게 나이키와 애플이다. 수많은 스포츠웨어, 그리고 IT 기업이 있지만 이 둘은 독보적이다. (적어도 대중적으로 성공한 브랜드 중에서는) 그래서 이름을 굳이 쓰지 않고 로고만으로 자신을 알리는 오만함(?)을 부리기도 한다.


왜 아디다스나, 퓨마나, 프로스펙스가 아니라 나이키인가? 왜 삼성이나 화웨이나 노키아가 아니라 애플인가? 디자인? 성능? 가격?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왜 우리가 꼭 필요한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이키, 그리고 애플은 굉장히 다른 브랜드이지만 대체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아디다스는 퓨마로, 삼성은 화웨이로 대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키나 애플은? 그게 힘들다. 왜 그럴까? 조던 때문일 수도, 제품 간의 유기적인 생태계 때문일 수도, 특유의 깔끔한 로고 때문일 수도 있다. 그건 개개인마다 다르다. 무슨 이유에서건 나이키와 애플은 자신의 브랜드를 타깃에게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팔아도 매번 신기록을 경신한다.


물론 두 브랜드도 절대적이진 않다. 언젠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다만 이들이 보여준 성공의 방정식을 찬찬히 뜯어볼 수는 있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1. 특정 타깃에게 소구 하는 메시지가 있다.

-> 나이키: 도전, 스포츠 정신, 한계를 넘는, 혁신 / 애플: 스티브 잡스, 혁신가, 예술가, 성능

2. 그 메시지에 따라 일관된 브랜드 자산을 쌓는다.

-> 나이키: 일관되게 정리된 제품 라인, 최고의 선수를 후원 / 애플: 미니멀한 UX 및 UI, 로고, 제품명 등

3. 브랜드 자산에 열광하는 팬덤이 생긴다.

-> 나이키: 신상 조던 브랜드를 오픈런하는 팬층 / 애플: 애플 제품만 구입하는 팬층


메시지, 일관성, 팬덤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는 이 세 가지를 꼭 가지고 있다. BTS도 그렇고 레드불도 마찬가지다. BTS의 퍼포먼스가 다른 그룹에 비해 더 화려해서, 라는 이유도 있을 거고, 레드불의 효과가 더 좋아서, 라는 이유도 있다. (실제로 그러한지와는 별개로) 다만 그건 부차적인 이유다. 사람들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건 결국 메시지, 일관성, 그리고 팬덤이다. 좋아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비하니까 좋아지는 단계에 이른다.


결국 브랜딩이란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해서 얼마나 팬층을 끌어모으느냐의 문제가 된다. 다음 질문은 이제 이 각각의 요소를 얼마나 훌륭하게 벼려내느냐다. 다만 메시지를 멋있게 만들거나 일관성을 가지는 것 자체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딩이란 하나의 절대 법칙을 정해놓고 거기에 모든 걸 끼워 맞추는 이미지가 아니라, 매 단계마다 처음의 질문('이 브랜드가 꼭 있어야 할까?')으로 돌아오는 이미지에 가깝다. 이는 브랜드 설계 단계든, 서비스 디자인 단계든 마찬가지다. 어느 지점에 있건 항상 브랜드의 존재 이유로 돌아와서 생각해야 한다. 그게 바로 브랜드의 일관성이다. 이래서 브랜딩이 어렵다.


존재 이유가 없는 브랜드는 아무리 제품 라인이 화려하고 가격 메리트가 있어도 도태된다.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거나 셀럽 마케팅을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마케팅은 항상 탄탄한 브랜딩을 기반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단타로 팔아치우고 빠질 게 아니라면 말이다.


브랜딩: 이 브랜드가 꼭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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