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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말이 없어서 일기라도 쓴다

by. 미세먼지에 갇힌 도시의 거주자

by 신거니

마라톤을 일주일 앞두고 달리기 연습을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건만 야속하게도 미세먼지가 도시를 두텁게 덮쳐온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앉아 창문을 꼭꼭 닫고 글이나 쓴다. 그런데 사실 쓸 말이 딱히 없다. 작가라는 주제에, 글을 쓴다고 하는 주제에 참으로 어이없는 변명이지만 실은 많은 경우에 그러하다.


방 안에만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나가려고 하는데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폐를 희생해 가면서 콧바람을 쐬겠다는 다짐이 쉽사리 꺾일 만큼. 이따 저녁을 먹고 뒷산이나 올라가 볼까. 마스크를 쓰고. 아이러니다. 자연을 보겠다며 나섰지만 여전히 먼지 따위나 걱정해야 한다.


드넓은 도시를 바라본다. 좁은 틈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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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는 수많은 건물이 보인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엔가는 있겠지.|


탁 트인 바다의 풍경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그저 상상할 따름이다. 몸은 움직이기에는 시간도 늦었고, 미세먼지도 많고, 핑계만 늘어난다. 이따 산이나 올라가야겠다. 주변이 잘 보이는 야트막한 산이다. 그 안에서 일렁이는 도시를 그냥 파도라고 치련다.


밥이나 안치자. 저녁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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