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
어느 한편에 남아 계속 곁눈질을 하게 만드는 건 대개 '하면 좋은 것들'이다.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선택지에는 명암과 장단이 있기 마련이기에 택하지 않은 길에는 항상 미련이라는 감정이 남는다.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다. 인생은 어떤 형태로든 굴러가기 마련이라는 걸.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저편으로 날아가버릴 감정이라는 걸. 하지만 어쩐지 갈림길 앞에서, 또 그 위에서 최대한 '나은 인생'을 살았노라며 자기 위로를 하고 싶은 욕망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세상엔 하면 좋은 게 넘쳐나니까.
제2외국어? 하면 좋다. 새로운 스포츠? 하면 좋다. 여행지에서 미처 못 가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맛집 투어? 하면 좋다. 하면 좋은 건 많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건 많지 않다. 여기서의 '반드시'이란 반드시 의무나 먹고사니즘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스로 부여한 기준에 따라 그 양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건강하게 살겠다는 기준을 정한 사람에게 식단 조절과 운동은 '반드시'의 영역에 들어간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하면 좋은 것들'이 아니다. 왜냐면 저 둘을 매번 타협하는 순간, 기준은 의미를 잃고 텅 빈 공간을 부유하기 때문이다.
그 기준을 나는 우선순위라고 부른다. 코인노래방에서 우선예약 버튼을 누르듯 언제든 상위로 올라가는 선택지다. '항상'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대개' 고르게 된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반대로 기준이 삶의 목을 죄어오면 곤란하니까.
일에서, 관계에서, 건강 등에서 난 스스로 정한 우선순위가 있다. 가령 현재 일에서의 1순위는 '다음 책 출간'이다. 그래서 '이제 뭐 하지?'라는 생각을 들면 컴퓨터를 켜고 원고를 다시 살펴보고, 표현을 다듬고, 더 나은 방향성을 고민한다. 건강에서의 1순위는 '다음 달 마라톤 준비'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운동화 신발끈을 동여매고 러닝을 하러 나간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바로 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미세먼지도 없고 시원한 날은 흔치 않다)
그럼 어떻게 순위를 정할 수 있을까? 사실 중요한 건 이 지점이다. 누군가는 말콤 글레드웰이 말한 '중요도-긴급성' 사분면에 따라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다. 즉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을 일, 긴급한 일과 긴급하지 않은 일을 나누고 중요하고 긴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할애하기에 가치 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다. 시간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잠과 운동이다. 아무리 푹 잘 잔다고 해도 하루에 2~3시간만 자고 살 수는 없다. 아무리 집중적으로 운동을 한다고 해도 땀을 흘리는 시간이 하루에 30분은 넘어야 한다.
그래서 '특정 행위의 시간을 아끼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행위를 고르는 것'이다. 잠을 줄이고, 영화도 요약본으로 후루룩 보고, 음식도 삼키듯 목구멍으로 넘겨버린다면 밀도 자체는 높일 수 있을지언정 가치는 낮아진다. 죽치고 앉아 시간을 낭비하자는 말이 아니라, 기왕 선택한 일이라면 그 안에 침잠해 보자는 뜻이다. 즉 일정한 양을 할애하고, 그 안에서 밀도를 높여야 한다.
일정한 양의 시간을 들일만한, 또 충만히 느낄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란 많지 않다. 자연스레 의미, 행복, 성장 등의 기준이 개입한다. 그 몇 가지 선택지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재편하고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이제 뛰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