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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May 29. 2023

아프니까 가능한 일

감기 조심 하세요

감기에 걸렸다. 환절기마다 치르는 연례행사에 가깝다. 추위와 더위가 뒤섞이는 현장 속에서 갈길을 찾지 못한 몸뚱아리가 주저앉아 버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루 자고 났더니 조금 괜찮아졌다. 육신을 자각하기엔 충분할 정도이면서, 결코 상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다.


말을 일일이 안 할 뿐이지 크고 작은 질병을 달고 사는 건 인간으로서의 숙명이다. 가벼운 감기여서 다행이다. 더 심한 고통쯤이야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으니까. 다만 이럴 때마다 만성적으로 큰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 것인가 하는 상념에 몸을 부르르 떨곤 한다.


한편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고통은 인생을 눈앞까지 데려오는 인도자다. 그 슬픈 자각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희미한 정신으로 우선순위를 정립하는 일뿐이다. 웬만한 건 소용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아프다고 해서 꼭 철학자가 되는 것도, 구도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필연적으로 아파야 한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무언가 계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전까지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소위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이 무언가를 바꾸려고 머리를 썩힐 리 만무하다. 설령 고민을 한다고 해도 그저 옅은 유희거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삶에 내재된 고통을 감수하고 누군가를 웃게 해주는 사람, 누군가를 사색하게 해주는 사람,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사람은 위대하다. 서로가 있기에 서로를 보듬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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