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거니 Jun 06. 2023

이제야 코로나에 걸리다니

그동안 잘 버텼는데

감기인 줄 알았던 녀석은 실은 코로나로 밝혀졌다. 엔데믹까지 선언된 마당에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지만 역시나 지금까지 걸리지 않고 넘어갔던 건 내게 슈퍼항체가 있다던가 해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임이 분명해졌다. 다만 4차까지 맞았던 백신 덕분인지는 몰라도 크게 앓지는 않고 넘어갔으니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려나.


공식적으로도 한국의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섰으니 사실상 한 번씩은 경험한 질병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현재도 모두의 관심에서 잊혀서 그렇지 하루에 2만 명 정도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니 아직 끝났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나 적어도 인식상으로는 큰 고비를 넘긴 듯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야기되었던 사회적인 공포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부를 만하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건 누군가와 분리되어 유영하고 있다는 그 지독한 유리감이었다. 사람은 역시 타인과의 관계없이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 크나큰 고통이다. 그나마 룸메이트 분과 문틈 너머로 대화를 하긴 했지만 코로나를 옮길까 영 신경이 쓰여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6/1일 자로 격리가 기존 의무 7일에서 자율 5일로 바뀌었기에 망정이지 바깥공기도 쐬지 못할 뻔했다. 격리가 사실상 풀리자마자 뒷산에 올라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마음껏 몸을 움직이고 공기를 마신 게 큰 힘이 되었다.


인류의 지난 역사는 연결과 분리의 연속이다. 이제는 초연결이라는 말이 식상할 만큼 전 세계 모든 곳과 연결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타인과 자연에서 분리되어 소외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연결이 반드시 좋다고만은 볼 수 없겠지만 완전한 분리는 존재마저 희석시켜 버리는, 가장 피해야 하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언택트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모두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내향성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조차도 그러했으니. 그러니 분리를 말하는 요즘 세상에서 오히려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연결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경쟁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저 앱 하나를 잘 개발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고, 그만큼 공통으로 모일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게 영화든, 독서모임이든, 스포츠든, 콘서트든, 전시회든 뭐든 간에.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서로를 보살피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월요일 하루 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