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는 날. 계속 집에 있는 나.
비록 지붕 아래에서 바라보는 단편에 불과할지라도 여전히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 땅이 흙으로, 물로,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나무도 벌레도 태양도 창 너머 어디엔가는 있다는 것을, 그 앞에서는 어떠한 인간적인 고민과 번뇌도 씻어내려 간다는 것을 알겠다.
비가 온다. 자연이 있고 내가 있다. 빗소리와 냄새와 습기와 그 눅눅한 맛으로 알겠다. 그러니 불완전한 나만의 세상이나마 살아가야지. 있으니까,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