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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Jul 26. 2023

맥북과 갤럭시를 같이 쓰고 있다

제품은 도구다

회사일을 시작하면서 맥북을 받았다. 평생 애플 제품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소위 말하는 애플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여기에 아이패드까지 갖추고나니 왜 아이폰은 쓰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


지금껏 안드로이드폰, 그중에서도 갤럭시 시리즈의 충실한 소비자로 살아왔다. 삼성페이나 튼튼한 내구력, 곳곳에 있는 AS 센터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사실 꼭 갤럭시만 고집할 건 아니라는 걸 안다. 맥북을 활발하게 쓰는 입장에서 아이폰과 연동해 아이클라우드와 에어드랍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유영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한 팀 쿡(과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 말한다. 자, 아이폰의 세계로.


요즘 10대와 20대 사이에선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듯한 묘한 기류가 있다고 한다. (그들과 구분되는 30대가 되었다니 슬프긴 하지만) 개인의 자유의지와 주체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할 시대에 Peer pressure같이 낡디 낡은 도그마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니 씁쓸한 노릇이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4년 내내 배운 나로서는 애플 제품이 실은 욕망의 산물이라는 걸 안다. 여전히 한계가 많은 애플 페이, 탁 치면 억 하고 금이 가는 디스플레이, 환경보호 운운하며 충전기를 빼버리는 대담함, 매번 혁신을 거듭하는 가격지. 쓰지 않을 이유를 찾겠다면 역시나 끝이 없다.


마케팅은 욕망과 욕구를 자극해 추가적인 소비를 이끌어내는 활동이다. 기업에서 말하는 것처럼 '좋은 제품을 추천해 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수요가 계속 창출이 되어야 시장이 성립하고 자본주의가 돌아가고, 무엇보다 회사가 돈을 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라는 기업에 한 푼이라도 돈을 얹어주려면 적어도 내겐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이미 훌륭하게 필요를 충족시키는 상황에서 '그래도 아이폰 한 번은 써봐야지'라는 문장은 의미가 없다. 그것도 역시 애플에서 파생된 마케팅 문구에 불과하니까.


제품은 도구다.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맥북이나 아이폰이 센스, 창의성, 생산성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걸 쓰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만 어쩐지 저 제품을 사면 추상적인 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가정 탓에 비싼 돈을 지불하게 된다. 그 돈으로 할 수 있었던 다른 많은 선택지를 포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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