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돈을 지키는 최적의 방법
재작년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 이후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코인이나 주식으로 대박을 쳤다는 간증이 이어지자 일종의 FOMO(Fear Of Missing Out; '안 하면 바보 되는 거 아냐?'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상태) 현상이 발생한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투자는 쉽지 않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꾸준히 상승했으나 요즘 들어서는 다시 횡보장으로 들어섰다. 테이퍼링이니, 양적 완화니, 금리 인상이니, 하락장이니, 상승장이니, 코인 스테이킹이니, 메타버스나 NFT니, 머리가 아프다.
사실 주변을 둘러봐도 이제 작년만큼 투자 열기가 뜨겁지는 않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시 예전처럼 넷플릭스 드라마나 코로나로 막힌 하늘길로 넘어간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명 다르다. 다들 어디선가 야금야금 투자를 하고 있고 나 역시 그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에게 휩쓸리면서까지 투자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럼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까? 그 이전에 왜 투자를 해야 할까? 작고 소중한 내 자산을 지키고 불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예적금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확실하게 이득을 보는 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번 돈을 벌다가도 한번 미끄러지면 수익금 전체가 날아가기도 한다. 거기에 실려 함께 날아가는 내 멘탈은 덤이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파랗게 물들어가는 계좌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쓰리다.
결국 투자는 어디에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떤 자산군이든 등락을 반복하지만 본인만의 전략이 있다면 그걸 지켜나가는 게 이래저래 내면을 다스리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략은 지속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큰 틀에서는 일정한 흐름을 갖되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투자의 전설로 추앙받는 벤저민 그레이엄도 살아생전 여러 번 자신의 전략을 바꿨다고 한다. 그가 한창 활동하던 시점부터 지금은 몇십 년이 흘렀다. 당연히 지금은 또 다른 스탠스로 투자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투자에 대한 방법론은 넘쳐난다. 그 수많은 옵션 중 무엇을 고를지 항상 고민이 된다. 모든 돈을 누군가에게 일임하여 맡길 수도 있고, 매일같이 단타를 칠 수도 있고, 매월 적립식으로 똑같은 금액을 매수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본인의 자유다. 사실 투자를 하기 어려운 건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이 너무 많아서다.
그래서 투자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투자를 한다면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기준이 없어서다. 언제 자산을 매도할지, 또 매수할지, 비중은 어떻게 조절할지, 지금은 투자를 해야 할지 쉬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델포이 신전에 적힌 한마디가 필요한 시점이다.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의 성향, 가치관, 경제관 등을 알아야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고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만약 어떤 종목을 샀다가 우연히 2배의 수익을 봤다고 가정하자.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내 전체 투자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냥 돈을 벌었으니 써버리면 될까? 아니면 다시 재투자를 해야 할까? 현상은 그저 현상에 불과하다. 그 현상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자신의 몫이다. 어차피 의미 있게 살기 위해 투자도 하는 거다.
내가 세운 나름의 투자 이유는 '내 삶과 자산을 지키고 조금씩 불려 가기 위해서'다. 투자 공부 자체는 재미있지만 거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다. 난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게 더 즐거운 사람이고, 수익이나 손해를 봐도 별로 감정이 요동치지 않는다. 물론 투자도, 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가치를 희생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삶을 이어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또 자유를 얻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투자를 이어갈 뿐이다.
내 투자 전략은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내 삶을 지키는 투자. 또 하나는 자산을 지키고 조금씩 불려 가는 투자다. 어쩐지 심심해 보이지만 의외로 승률이 좋다. 게다가 투자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같은 수익률을 올리는 다른 사람보다도 더 이득이다.
내 삶을 지키는 투자란 삶과 투자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걸 뜻한다. 투자 생활도 삶의 일부분이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적의 결과를 내고자 하는 나 같은 귀차니스트에겐 딱 맞는 투자법이다. 여기저기 찾아다닌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자산배분 투자다. 사실 뻔하디 뻔한 결론이기는 하다. 웬만한 기관이나 연기금 등 자본 규모가 있는 곳에서는 대부분 자산배분 투자를 한다. 돈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산배분 투자란 여러 자산군을 일정 비율로 편입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여기엔 전제조건이 두 가지 있다.
1. 한 종목이나 자산군을 지나치게 많이 담지 말아야 한다.
2.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군을 함께 담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펀드를 보자.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는 특정 종목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담지 못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웬만한 펀드는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라 각종 대형 우량주, 배당주, 중소형주, 테마주 등을 골고루 담는다. 이런 전략을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자산군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 그것도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군을 골고루 담아야 한다. 대표적인 관계가 주식과 채권이다. 보통 주가가 오를 때 채권 가격은 횡보하거나 내리고, 반대로 주가가 내려갈 때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채권을 안전자산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실 예적금 정도를 제외하면 그 어떤 자산도 '안전'하지는 않다.
여기서의 '안전'은 위기상황에서 내 재산을 방어해준다는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식 시장이 내려갈 때 채권 가격이 올라 전체적인 손해를 어느 정도 막아주고, 반대로 채권 가격이 내려갈 때 주가가 올라 손해를 메워준다. 중요한 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게 아니라 손해를 최소화하는 거다. 손해는 수학적으로도 내 자산에 더 큰 영향력을 갖지만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10% 수익이 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던 사람도 10% 손해를 보면 손이 덜덜 떨린다. 머릿속에서는 경제 대공황이나 파산 같은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재생된다. 사람이 원래 그렇다.
난 아래의 비율로 자산배분 투자를 하고 있다. 절대 정답은 아니니 참고만 하면 된다.
1) 현금 10%
2) 주식 60%
3) 채권 10%
4) 원자재 및 달러 10%
5) 리츠 및 배당주 10%
*사실 중요한 건 비율 자체가 아니라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전제조건(특정 자산군을 많이 담지 않기,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군을 담기)을 지키는 것이다. 비율을 정하고 합당한 나름의 이유만 있으면 된다.
1) 현금은 은행계좌에 일부가 들어있다. 각종 공과금이나 생활비, 카드값이 나간다. 사실 이건 투자라기 보단 지출을 위한 돈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현금은 CMA 계좌에 들어있다. CMA란 증권사에서 개설하는 일종의 입출금 통장이다. 언제든 입금과 출금이 가능하고 은행의 수시 입출금 통장보다 더 높은 이자를 쳐준다. 대신 예금자보호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서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다.
예적금은 현재 하고 있지 않다. 이자가 적기도 하지만 돈이 묶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일정 수준의 현금은 항상 확보해두는 편이다. 조금 어려운 말로는 유동성을 확보한다고 표현한다. 예적금은 중도에 해지하면 이자도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에 종잣돈을 모으는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증권사 CMA를 통해 RP나 MMF, 발행어음을 매수할 수도 있다. 은행의 예적금과 거의 같은 개념이지만 역시나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적어도 CMA 단계에서 손해를 볼 일은 거의 없고, 은행보다는 이자를 많이 쳐주는 경우가 많아 잘 활용하면 좋다.
2) 주식은 코인과 더불어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여기엔 주식형 ETF와 주식형 펀드도 포함되어 있다. 주식과 관련한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만 여기에 너무 집중하면 삶이 매몰되기 쉽다. 실시간으로 가격 정보가 나오고 특정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에 신음하는 계좌를 보고 있으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난 대략 절반 정도는 주식형 ETF에, 나머지 절반은 개별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ETF는 여러 종목을 모아놓은 일종의 종목 바구니다. 채권형 ETF, 원자재형 ETF 등 수많은 조합이 존재한다. 아예 자산배분을 처음부터 해서 나오는 ETF도 있으니 이걸 매수하면 머리 아프게 비율을 정할 필요도 없다.
확실히 개별종목보다는 ETF의 변동성이 훨씬 덜하다. 특히 미국 3대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별 탈 없이 순항 중이다. 수익률로만 보면 개별종목이 더 높지만 마이너스 수익률도 존재한다. 마음은 쓰리지만 장기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묻어두고 있다. 간간히 배당금이 나오면 그래도 기분 좋다.
주식의 비중이 가장 높은 건 일정한 수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모든 자산군 중 주식의 수익률이 가장 좋다. 불패신화를 자랑하는 부동산보다도 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추세가 그렇다는 거지 단기적으로는 당연히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종목을 잘못 선정하면 처참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 이걸 막기 위해 여러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를 하고 있고 매수를 할 때도 분할매수를 하고 있다.
3) 채권은 어쩐지 접근하기 꺼려지는 자산군이다.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지만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 채권은 통상 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이 올라가는 성질이 있는데 요즘 같은 제로금리 시대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다른 안전자산과 함께 전체 자산을 방어해주니 일정 부분 편입시켜 운영하고 있다. 월이나 분기마다 나오는 채권 이자는 덤이다.
만약 개별 채권을 사기 꺼려진다면 각종 채권을 모아놓은 ETF도 있다. 국내나 해외에도 많이 상장되어 있으니 잘 고르면 마음 편하게 채권투자를 할 수 있다. 난 개별 채권과 채권형 ETF에 투자를 하고 있다. 수익률 자체는 현재 마이너스지만 이자가 한 번씩 나와서 마음을 달래준다. 사실 금융위기 상황이 아닌 이상 제로금리 시대에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 닥쳐올 경기침체 상황을 대비하여 꾸준히 사 모으고 있다.
4) 예상했듯이 원자재형 ETF도 있다. 난 금과 은에 투자하는 ETF를 사모으다가 최근에는 금 현물 계좌를 열어 조금씩 금을 사고 있다. ETF와는 달리 시세차익에 대하여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금이나 은이 대표적이지만 백금이나 구리, 원유나 각종 곡물에도 투자할 수 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대체자산인 금이 힘을 발휘한다. 또 주식이 출렁이면 안전자산 역할도 하는지라 하방을 든든히 받쳐준다.
달러 역시 일종의 안전자산에 포함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발행하는 말 그대로 화폐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를 방어해준다. 특히 국내 주식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성질이 강해 코스피가 내려갈 때 달러의 환차익으로 어느 정도 손해를 메울 수 있다. 달러의 가치 자체도 환율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움직인다. 현재는 이자도 챙겨주고 달러도 사 모을 수 있는 달러 발행어음(은행으로 치면 적금)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증권사 CMA를 통해 매수가 가능하다.
5) 리츠와 배당주는 시세차익보다는 배당금을 노리는 자산군이다. 월마다, 혹은 분기마다 들어오는 현금이 있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편안하다. 그렇게 들어온 현금으로 재투자를 해서 복리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리츠란 일종의 부동산형 ETF다. 가장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리츠는 여러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시세차익이나 임대료를 챙긴다. 그리고 자체적인 운영비를 제외한 90% 정도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의 형태로 돌려준다. 미국에는 카지노나 교도소에 투자하는 리츠도 있다.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배당주는 통상 주가의 변동폭이 크지 않고 연배당률이 4~5% 이상인 주식 종목을 말한다. 개별주를 매입하는 방법도 있고, 배당주를 모아놓은 ETF에 투자를 해도 된다. 리츠도 그렇고 배당주도 그렇고 시세차익보다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생활비로도 활용할 수 있고 재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만의 원칙을 세워서 투자를 하다 보면 점차로 자산을 지키고 불려 가는 투자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구체적인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에 따라 종목도 교체해줘야 하고 비율에도 손을 대야 한다. 개별적인 이슈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겠지만.
투자를 하다가 마음이 흔들릴 때면 처음 정한 원칙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난 행복하기 위해, 잘 살기 위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삶 그 자체를 지키기 위해 투자를 한다. 투자 자체는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래서 어떤 종목이 많이 올랐다더라, 요즘 코인이 대세라더라 하는 식의 말에는 딱히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돈을 빠르게 왕창 벌어서 파이어족이 되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돈이 싫다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자산배분 투자 그 자체가 아니다. 자신이 삶에, 그리고 돈에 매기는 가치와 명확한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 수단에 집착하면 본질을 놓친다. 난 퀀트 투자 프로그램도 아니고 로보 어드바이저도 아니다. 살아 숨 쉬며 인생을 즐기는 한 명의 사람이다. 자연과 글쓰기와 명상과 걷기를 좋아하는. 하지만 돈에 신경을 끄면 오히려 거기에 끌려다닌다는 사실을 알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그렇게 돈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