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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쥐 Oct 07. 2021

밀가루 없이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아토피 5년 차)

아토피로 빵 생활을 끊고 삶의 낙을 잃은 줄 알았으나 #글루텐프리 베이킹

사실 완전히 끊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가끔씩 생각나면 인스타나 유튜브 빵지 순례 콘텐츠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고,

배민이나 쿠팡 이츠 앱에 들어가 디저트 맛집들 메뉴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스콘, 케이크, 크루아상, 까눌레, 마들렌, 휘낭시에, 바나나 푸딩...

매해 새로 생겨나는 디저트 카페들에서는 또 얼마나 화려하게 디스플레이하고 맛있어 보이는 사진을 찍어 올려놨던지.


집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친절하게 현관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 주문 버튼을 그냥 지나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가끔. 아주 가끔 - 계절에 한 번 정도는 - 참지 못하고 주문해버리는 경우가 있곤 했다.

물론 아토피 상태를 보고 괜찮다 싶은 느낌이 올 때 주로 그랬다.

(너무 심해서 진물이 나고 쓰라린 경우는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먹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ㅠ)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 맛있는 디저트도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좋았다. 

먹는 순간도 물론 좋긴 하지만 곧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행복감은 엔도르핀을 아주 많이 돌게 했다. 

아토피 환자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먹고 난 후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것은 아니다.

빠르면 반나절, 보통은 하루-이틀 후에 피부에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내 몸에서 히스타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치를 초과하는 분량의 외부 자극 (음식)이 들어온 경우 시간 차를 두고 서서히 반응이 올라오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빵과의 불편한 관계를 계속해 나가고 있던 중

우연히 비건 & 글루텐프리 베이킹이라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밀가루 대체 : 퀴노아 가루, 쌀가루, 아몬드가루 등

- 버터 대체 : 아몬드 버터, 땅콩버터, 코코넛 오일 등

- 계란 대체 : 아마씨 등

- 우유 대체 : 오트밀크, 아몬드밀크, 두유 등


이게 진짜 가능하다고? 

반신반의하며 외국 레시피들을 주로 참고하여 시도해 봤다. 

생각과는 달리 뚝딱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 수준의 맛있는 무엇인가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때 이탈리아 친구가 해준 말이 기억났다. 

이전에 티라미수를 만들다가 계속 묽게 나와서 물어봤더니, 조급해하지 말라면서 베이킹도 여러 번 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늘어있을 거라고 조언해줬다. 


그래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건이라는 단어가 주는 '건강한 맛없는 맛'이라는 선입견을 깨트리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밀가루와는 달리 그냥 먹어도 맛있는 아몬드, 코코넛, 두유 등 재료를 활용하는 레시피라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다만 식감 측면에서는 포슬포슬함이나 꾸덕함의 느낌이 조금 달랐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연습을 거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홈베이킹 #홈카페 메뉴들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베이킹의 세계. 

그리고 슬슬 요리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하루 세 끼를 모두 집밥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밀가루, 계란, 유제품, 고기, 조미료를 끊고 나니 더 이상 외식이 불가능했다)


덕분에 아토피 완치라고 부르기는 어려워도 아토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고, 아침 운동과 홈쿡이 일상이 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국내에 생각보다 #비건레시피 #노밀가루레시피 가 대중화되지 않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직도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식습관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놔두고 항히스타민이나 스테로이드 연고에만 의존하며 과거의 나와 같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We are what we eat.


꼭 아토피가 아니어도 현대인들이 겪는 대부분의 질병들이 무엇을 먹고 사느냐에 영향받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우리 일상에 사진으로만 봐도 자극적인 맛이 가득 느껴지는 음식들이 너무나 깊게 침투해있고, 한 번 중독되면 끊기 쉽지 않기에 건강한 음식, Clean Eating 을 실천하기까지는 매우 큰 의지가 필요하다.


특히나 당장 눈에 보이는 건강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말이다.  


나름 (?) 과거에 피자, 파스타, 면류, 빵 등 밀가루 마니아 생활을 하면서 #미슐랭맛집 #파인다이닝 을 종종 경험한 1인으로서 꽤나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는 편이지만 지금의 식생활에 만족도를 평가하자면 최상이다. 

외식이 주는 다양한 경험들에 - 분위기, 서비스, 장소, 플레이팅 등 -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먹는 순간을 일종의 '의식'이나 심지어 '명상'으로 대하게 된 지금의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



그래서 나의 식생활 기록을 시작해보려 한다.


결혼하고도 1년 넘게 전기밥솥 없이 살 정도로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기에 어려운 레시피는 할 줄도 모르고 시도할 생각도 (당분간은?) 없다.


어린이도 따라 할 수 있고 바쁜 직장인들도 10분-15분 이내로 준비 가능한, 쉽고 빠른 Quick & Easy 레시피만 공유할 예정이다. 양만 조절한다면!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아주 좋은 메뉴들이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토피지만 맛있는 빵이 먹고 싶어 시작한 #홈쿡 #홈베이킹 식생활은 인스타그램 에도 공유하고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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