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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Oct 25. 2019

욜로족 단상

현재시간을 팔거나, 미래시간을 당기거나

You Only Live Once


어쩌면 기득권이 정밀하게 짜 놓은 교활한 시스템에서 재빨리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을 쥐어먹은 자들일지도 모른다. 욜로족들에게는 분명 제시되었을 것이다. 두 갈래의 길. 첫 번째 길은 '미래적 보상'을 위해 '현재를 소모'하는 방법과 '현재의 보상'을 위해 '미래를 소모'하는 방법 중에 하나를 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두 번째 길을 갔을 뿐이다.  


하지만 욜로족은 끝내 가상현실의 탈출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이다. 조작된 시스템 속에서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대항했으나 새로운 대목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창작할 수 없었던 자들이었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소비에 젖어 벗어날 수 없는 부채의 더미 속에서 일찌감치 자신의 꿈을 포기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 들에게는 꿈마저도 기득권의 프레임 속에 정의된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들은 주어진 각본 속에서 평생을 바쳐 일하고 끝내 죽을 때가 되어서야 후회를 직면하는 자들보다는 세상을 유리한 위치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조직과 기관에 소속되어 뼈 빠지게 일해서 나온 보수란 성과를 통해 자신의 삶의 일부를 보상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 자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고통의 시간은 최고급 외제차, 명품백과 같은 자기 안위적 보상을 통해 위로받았을 뿐이다. 앞니가 빠지고 무릎관절이 마모되어 일어설 수도 없는 노후에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늙어서 시들시들한 내일의 시간을 살기보다는 젊고 팔팔한 나이에 누리고 사는 것이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은 노후의 여유로운 삶을 먼 미래에 무조건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깨우쳤다. 인생의 두 갈래의 선택에서 관습적 지혜와 기득권과 지배자가 짜 놓은 짱짱한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사고의 전환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제조되어가는 소모품처럼 우리들의 삶도 일정한 사이클과 규칙에 의해 제조될 뿐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했을 것이다. 누릴 수 있는 더 적은 것에 만족하고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성과에 기뻐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들의 사고 구조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다면 단지 영적으로라도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곧 자신의 정신적 위로와 만족을 위해 세상의 물질을 소비하며 그 감정을 위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해마다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인터넷에서 기득권과 지배자들은 적당한 방법과 구조화된 사이클에 대해 그것들이 잊힐 즈음 끊임없이 우리를 세뇌시켜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파산, 몰락 등과 같은 욜로의 자화상이 맞닥트린 실패라는 형태로 협박할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구조화된 틀에 서둘러 다시 들어올 것을 명령할 것이다. 우울한 욜로족의 단상. 나는 결코 그들을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 그들의 선택의 기로와 그에 따른 행동의 결과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분명한 원인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 그리고 우울한 감정들

포기로부터 미처 창출되지 못했던 아쉬운 꿈들

있는 그대로 방치된 상태

국가와 기업이 책임질 수 없는 그들의 생활방식

욜로족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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