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에피소드 1
<블랙스완>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재밌는 개념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말없는 증거'라는 말이다. 말없는 증거라는 의미는 바로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폭풍우를 맞아 배가 난파당하기 일보직전에 배에 탄 사람들은 신께 기도를 드린다. 그 배에 탄 일부는 신의 기도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생존한다. 그들은 교회나 성지에 가서 숨도 쉬지 않은 채로 간증을 할 것이다. 신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이렇게 세상에 다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이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운이 나빠서 폭풍우를 맞아 배에서 바다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교회에 나가 사람들 앞에 자신의 생존에 대해 간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대로 깊숙한 심해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말없는 증거'다. 일부는 세상에 들춰내지 못한 채로 묻혀 사라지기 때문에 그것을 반증 혹은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말없는 증거는 곧 패배자의 이야기다. 패배자의 이야기는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다. 오직 승자독식 사회에서 승자들의 멋대로 취향대로 기록될 뿐, 패배자의 이야기는 잊혀 세상의 수면 위로 피어 나오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자의 이야기와 승자의 이야기는 다를 바가 없다. 다를 것이라고는 행운 때문에 생존했거나 생존하지 못했거나, 조금 더 절실하게 방법을 깨우쳤거나 하는 극히 미미한 부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패배자의 이야기는 새드엔딩이다. 가슴이 아프고 아련하지만 그곳에서 더 배울 점이 많다. 패배자의 이야기 속에서는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교훈이 넘친다. 승자의 방식대로 따라서 살아가는 것보다 패자의 방식에서 간접경험을 통해 사실로 구현될 실패를 막아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절실함이 있다. 기록되지는 못하였으나 생존하고자 하던 그 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