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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Aug 03. 2019

대단한 피로사회

정보화시대, 정말 안녕하셨는지요?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다는 소식만 나온다. 꼭 뉴스를 보지 않고 예능을 보고 있을 때도 화면 아래에 빨갛게 자막이 뜨면서 속보로 보도되었다. 아뿔싸!


요즘 같은 사회에서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피로한 정보에 쌓여 산다는 것이다. 매체와 각종 언론 채널이 발달하면서 내가 굳이 원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사회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머릿속에 구겨 넣을 때가 많다.


사회, 경제, 스포츠, 연예 등 가릴 것 없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우리 세대 아이돌 ‘강타’의 과거 연애사까지도 알아야만 했다. 거실 한복판에서 제자리걸음으로 무의미한 운동하던 아내가 “오빠, 강타가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인가 봐”라는 물음에도 “응, 들었어.”라는 쓸 때 없는 대답을 내뱉고 있었다. 대체, 내가 왜 강타의 과거 연애사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깊은 회의감과 함께 말이다.


현대인은 참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야 한다. 류현진이 11승을 했는지, 이번 여름 피서지 1위 지역은 어디인지, 미국 금리가 결국 내리는 것인지 등 내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보와 소식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멍 때리며 쉬고 싶은 시간에도 수시로 들려오는 일방적인 정보와 소식 때문에 구역질과 현기증이 나는 날도 허다했다.


어쩌면 우리는 정보가 주는 이로움보다 남들이 다 아는 사실을 모르는 아웃사이더로 전락하는 것이 두려워 정보를 모으려 애쓰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강제적인 학습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인가 의문을 품는다. 어느 무엇보다 외톨이가 되는 것이 두렵고 괴로운 끈끈하고 유기적인 공동체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출퇴근 길을 오가며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흡사 채굴에 가깝도록 정보를 수집하느라 애쓴다.


여러 지인과 만들어낸 단톡 방 대화의 첫 시작은 항시 사회적 이슈 혹은 가십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것 마냥 알람이 뜨자마자 재빠르게 댓글을 달아 그 정보를 빠르게 인지하고 있음을 남들에게 알린다.


정말 대단한 피로사회다. 이만한 정보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24시간을 만들어도 충분하겠다. 정말 필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가 뒤죽박죽 섞여 도대체 어떤 정보가 정말 필요한 정보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매체와 채널은 꾸준히 야바위 짓을 하고 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누워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어땠는지 무엇에 힘쓰고 살았는지 깨닫기보다 새로운 뉴스를 검색하며 읽다 잠자야 할 시간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늘은 반드시 나에게 묻고 싶었다. 대단하게 피로한 사회 속에서 별일 없었는지, 얼마나 필요 없는 정보를 모아 반성하고 있는지, 이로 인해 정말 중요한 일을 빼먹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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