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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Aug 03. 2019

근본 없는 글

원하던 주제가 무엇이었나?

가끔 좋은 문장을 수집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어떻게 이렇게 글로 표현했지 하며 감탄사가 나올 때도 있다. 안타깝게 과한 욕심은 그대로 용기로 바뀐다. 알맹이가 하나도 없이.


“나도 제법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다.”


표현만 잘했다면 다행이지 싶다. 근사한 표현이라는 옷을 둘러버린 글은 근본이 없다. 마치 팬티를 입지 않고 청바지를 입은 모양새처럼. 불편하고 까칠하고 움직일 수 없다.


가끔 장황하게 표현만 집중하다 보면 글의 의미와 주제가 사라져 버린다.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끝없이 고민하다 결국 펜대를 놓아버린다. 삭제를 할까? 그래도 분량이 제법 나왔는데 아깝네. 여러 번 고민을 하다 결국 날려버린다.


간결한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 배웠다. 툭툭 써댔지만 울림이 있고 정확한 의미 전달이 되었다면 그만이다. 근사한 묘사와 표현은 필요가 없다. 아름답게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 것처럼. 글은 간결하게 주제에 대해 명확히 짚어내야 한다.


아직도 글쓰기가 어렵다. 많은 세월을 열심히 따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을 모방한다고 지식인이 되지 않음을 오늘도 절실히 깨닫는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내가 부족하다. 간결하게 써내리지만 팩트 폭력으로 뼈 때리는 글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원하던 주제가 무엇이었나?


글을 끝맺음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명확한 의사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쓰레기다. 쓰레기를 생산하기 위해 몇 시간을 소비했다. 아깝다. 정말 아깝다. 나는 왜! 여전히! 아직도!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래도 내게 남는 것은 있다. 부끄러운 글을 기록하며 스스로를 끝없이 반성시키겠다. 손끝만 닿아도 딱! 맥을 짚을 줄 아는 한의사처럼. 끊어진 짧은 몇 문장에 본질을 담아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반성하는 자에게 미래가 있고 발전이 있다.

부족함이 없으면 배움이 없다.


근본 없는 글을 부끄러워하지 말겠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열심히 깎아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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