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본과는 무엇을 배우나_골학편

2020년 5월 13일

by 펭귄들의우상


**본 글은 전문적인 지식을 포함하나, 오류가 있을 수 있어 정보 획득보다는 이런게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소위 ‘의대생의 공부량.jpg’에는 뼈 구조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뼈 구조 공부는 의대 공부의 초석이긴 하지만 본과 공부에 비해 절대로 많은 양이 아니다.(또 엄밀히 말하면 본과 시작 전 방학에 공부하고 가야하는 과목인 만큼, 본과 학기 중 공부에 포함이 되지는 않는다.) 과목이 바뀌면 바뀔 수록 그 폭력적인 양에 감탄하게 되는데, 과목별로 소개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과목이 정말 많고, 각 과목에서 소개하고 싶은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리즈로 써보려고 한다.


1. 골학 : 본과 시작의 알림


의대에서는 인체의 많은 뼈를 ‘전부’ 외운다. 여기서 말하는 전부라는 것은, ‘인체에는 200여개의 뼈가 있습니다.’ 가 아니라, ‘인체에는 200여개의 뼈가 있는데, 이제부터 그 뼈 하나하나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가 맞다. 이를 보통 본과진입 직전에 길면 4~5일 정도로 캠프를 진행해서 외우게 된다. 이를 골학, 요즘은 뼈공부라고 한다. 교수님들이 가르쳐주시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전통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선배들이 직접 후배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형태이다. 우리학교도 5박 6일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선배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인체의 뼈를 크게 네 파트로 나누어서 배운다. 척추 골격계, 상지, 하지, 머리의 순인데 같은 순서대로 외울 양이 많아진다. 즉 머리가 가장 외울 양이 많다.


골학이 시작하면 학생들이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 평소 생각했던 ‘척추는 cervical, thoracic, lumbar, sacral, coccygeal vertebrae 다섯 파트로 나뉘고, 각각 7, 12, 5, 1, 1개의 총합 26개로 이루어져 있지’ 이정도만 외우면 다 알고 있는게 아닌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음 내용을 추가적으로 암기해야 한다.


1) 척추 뼈 1개 마다의 특징

- 머리뼈에 붙어있는 cervical vertebra 1(이하 CV1)을 예로 들어보자. 이 뼈는 여타 척추 뼈와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제 어느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어느 부위가 머리뼈의 어디에 붙는지, CV2와는 어떻게 결합하는지, 기능이 무엇인지, 촉진 가능한지, 이를 통과하는 구조물이 무엇인지 정도를 외우면 된다.

- 즉 이렇게 26개의 뼈를 모두 각각 암기하면 된다.(중간에 구조적인 공통점이 있다면 영역별로 외운다.)

<출처 : 사이언스 올 과학 백과사전>

2) 척추 뼈를 지나가는 구조물의 특징

- 1번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척추 뼈를 지나가는 많은 구조물들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혈관, 신경들이 지나가는데, 혈관이 하나가 툭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름부터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지나가기에 이것도 척추 레벨별로 외우면 된다. 우리 학교 골학에서는 이 혈관의 특징도 물어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척추에는 앞 뒤로 많은 인대들도 존재한다. 당연히 인대들이 어느 위치부터 어디까지 존재하는지 모두 외우면 된다.

<척추 뼈에 존재하는 인대>



3) 실제 뼈를 이용한 공부

- 위의 지식들을 머리에 넣었다면, 이제는 뼈 모형이나, 실제 사람의 뼈를 이용해서 어떤 뼈가 몇번 척추뼈인지 맞춰야한다. verterbral body의 모양을 보고, 그 레벨을 유추하거나, 구멍이 있고 없고, facet의 유무 등을 보고 판단해서 맞춘다. 맞춘뒤에는 실제 이어져있는 뼈끼리 접합해서 anatomical position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이 anatomical position이란 사람의 몸이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체를 공부하거나, 의사들끼리 서로 소통을 할 때 공통적인 인체 자세를 설정할 필요가 있어 만든 자세이다. 한국말로 해부학적 자세라고 하는데, 실제 카데바 실습 때에 카데바는 이 자세를 취한 채로 고정된다. 이 anatomical position을 설명하기 위해 앞뒤, 위아래, 양옆의 세가지 방향의 특징적 구조물을 손으로 짚으면서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인체 전체의 anatomical position 상태의 뼈의 모습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한가지 중요한 내용을 깜빡했는데, 사람의 몸은 너무 많은 움직임을 할 수 있기에, 각각의 움직임을 통칭하는 용어들이 존재한다. flexion(안쪽 접힘), supination, extension, pronation 등이 그것들인데, 한번 외워두면 운동을 묘사할 때 굉장히 편하다. 방향용어(medial, lateral, anterior, posterior 등)도 존재해서 이를 혼합해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헬스 트레이너나 유투버들이 말하는 팔의 내회전이 medial rotation이런 식이다. 배드민턴 선수들이 스매싱 동작의 팔로우 스루에 사용하는 팔을 비틀어 내회전하는 동작은 팔굽관절에 대해 pronation(회내운동)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까지 공부했다면 이제 척추뼈가 끝났다. 이렇게 남은 각 부위의 모든 뼈를 공부하고 암기하면 된다.


이렇게 하루 종일 뼈를 외우고 시험을 보면 벌써 새벽이다. 골학 때는 하루 평균 3시간내지 4시간을 자게 되는데, 마지막 날에는 땡시를 보기 때문에 거의 밤을 샌다. 이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거의 휴식 없이 진행하며 앉아서 공부만 하게 된다.(이래도 다 외우기 힘들다ㅠ)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내용은 전부 뼈 위주의 암기다. 이런 뼈 공부를 끝내고 나면, 이제 해부학을 이해할 준비가 된 것이다. 다음엔 해부학에 대해 글을 써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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