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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Aug 06. 2020

의사는 전문가가 아니다.

젊은 의사들의 파업

2020년 8월 7일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전공의(레지던트 이하)들의 단체 파업이 일어난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여 대한전공의협회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회(이하 의대협)가 동맹 파업을 벌인다. 이에 따라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들은 8월 7일부터 14일까지 약 일주일간 수업/실습 거부를 행한다. 전공의는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고, 이외에 기타 로컬 병원들도 합세한다.

  여기까지 읽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파업은 환자 목숨 인질로 삼겠다는 건가', '밥그릇 지켜보겠다고 별 짓을 다하네', '의료 인력 부족한 건 맞지 않나' 등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주변에 의사가 없거나, 의료계와 관련 없는 대다수의 경우 더욱 그렇다. 원래부터 쓰려고 했던 주제인데, 파업 전에 한번 브런치의 힘을 빌려 다 쏟아내려 한다.


  나처럼 겨우 본과 밖에 안된 학생이 쓰는 글 말고, 의료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들이 많다.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읽고 싶다면 전문가들이 쓴 글들을 찾아보자. 지금부터는 학생 입장에서의 실질적인 의대 생태에 기초하여 글을 쓴다.


+2020년 8월 28일 추가

지식의칼 - 대다수 국민들이 가지는 편견에 대한 비의료인의 반박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fhUzPQndhkg

부산의사 김원장님 2부(1부 영상 댓글 피드백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jCeLj7v-_w&t=82s

+2020년 8월 26일 추가

(이 외에도 해당 주제를 다룬 모든 유투브 채널_비의료인포함에 같은 결의 주장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모든 영상이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하나의 영상이라도 보고 판단해주세요. MBC,KBS 등의 주요 언론사에서 말하지 않는 내용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or-0lQCcyM


+2020년 8월 24일 추가


- 산부인과의사들이 말하는 정책반대이유 : https://www.youtube.com/watch?v=-Tz2qNf-scE&t=22s

+ 2020년 8월 11일 추가

- 통계에 기초한 정책 반대 이유 : https://www.youtube.com/watch?v=D7-BRSilHYI


  - 의료의 질 하락과 관련한 설명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Gtx9Koc39Wo

매해 의사 정원을 400명 확대하여 총 4000명의 추가 의사를 양성하여, 공공의료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무엇이 잘못되었나? 의사 수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부족하다는데, 당연히 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닐까? 흉부외과, 외상외과 등의 힘든 과는 가려고 하지도 않던데 인원을 늘려야 그나마 가지 않을까? 괜히 의사들이 밥그릇 챙겨보겠다고 반대하는 것 아닐까? 당연히 들 수 있는 생각이다. 하나씩 하나씩 말해보자.


1. 의사 수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부족하다는데 당연히 의사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되물어보자. 정말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아플 때 주변에 갈 병원이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인력은 딱히 부족하지 않다. 나라가 좁기 때문이다. 집 앞에는 병원들이 즐비해있고, 크게 아프면 근처 대학병원으로 간다. 그렇다면 정말로 모든 사람에게 의료 혜택이 잘 돌아가고 있는가?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말한 케이스는 주변에 갈 병원이 많고, 대학 병원이 1시간 거리 이내에 위치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 대상이다. 그 외의 도심에서 벗어났거나, 대학병원이 없는 지역이거나 하는 경우에는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소외된 지역들에 해당하는 부분에 의사가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매 해 증원하는 400명 중 300명을, 소외된 지역에 있는 대학에 배치하고, 졸업 후 10년간 의무 복무 형식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얼핏 보면 괜찮아 보이는 계획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선 평범한 의대생, 특히 남자의 경우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군의관 3년 하면 8년 간 본인이 원래 소속된 대학 병원, 군부대, 보건소 등에서 일해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10년간 의무복무라는 게 허울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추가적인 의무복무를 마치면, 다시 일반적인 의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의무복무시의 의료의 질 하락에 대해 잘 기술한 유투브 링크를 위에 올려두었다.) 그들은 아마 대부분의 경우처럼 그들의 지역으로 돌아갈 것이고, 의대 특성상 서울권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또다시 수도권의 의사 몰림 현상만 과열될 것이다.


2. 흉부외과, 외상외과 등의 힘든 과는 가려고 하지도 않던데 인원을 늘려야 그나마 가지 않을까?


- 이 질문도 꽤나 많이 보인다. 질문에 앞서서 왜 대한민국 의사들은 흉부외과 등의 기피과를 잘 가지 않고, 피부과 성형외과만 가려고 할까? 다들 돈에 눈이 멀어서 그런가? 정답은 힘들고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의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의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학과이다. 한 해 약 3000명 정도를 선발하고, 최소 상위 1% 정도를 해야 의대에 들어올 수 있다. 들어온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공부를 소홀히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공부에 대한 재능, 노력, 부모님의 지원 등이 어우러져 들어오게 된다.(부산대의대 '그 분' 같은 경우 빼고) 나 역시 피나는 노력, 재수를 거쳐서 들어왔고 그 과정에 부모님이 적어도 억 대의 돈을 들이신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의대에 들어오면 끝인가? 아니다. 고등학교 때 했던 노력은 우스워 보일 정도로 공부한다. 내 다른 글 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공부하느라 힘들다는 다른 과 학생들의 얘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한다. 학기 내내 하루 몇 시간 못 자면서, 끼니도 자주 거르고, 카페인 과다 섭취로 신경계가 망가지고, 이런 노력이 의미가 없어질 정도의 재능들과 경쟁하면서, 피폐해진다. 그렇게 6년(등록금도 비싸다. 싼 편인 학교가 6년 총합 7천만 원 이상)을 보내고 나서, 인턴, 레지던트 5년간 최저 시급도 못 받으면서 잠도 못 자고 일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라면 좋겠지만, 기술을 갈고닦기 위해 펠로우(전임의) 2년 등을 더 하고 나면, 그제서야 로컬로 나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가 된다. 남자라면 군대 3년도 다녀오고.

  과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힘들게 살고, 보수도 수가에 맞게 못 받는 그런 힘든 과를 가고 싶겠는가? 만약 당신의 자녀가 의대생이라면, 흉부외과를 적극 권장할 것인가? 이게 현실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외과 계열이 가장 인기높은 나라가 있다. 항상 언급되는 그 나라, 미국이다. 미국에서 흉부외과가 하는 역할은 별거 없을까? 아니다. 똑같이 수술하고 치료한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돈을 밝히지 않고, 의사다운 의사로 살기 위해 외과계열에 지원할까? 당연히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건이 좋으니까. 힘든 만큼 돈을 많이 주고, 의사 당 환자 수가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으니까. 결국은 저수가가 일으킨 문제다. 왜 피부과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해당 과로 개원하겠는가.

  그런 현실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다음과 같다. 증원하는 400명 중 50명을 소아외과, 흉부외과 등의 전문적이고 수가 부족한 과에 강제적으로 배정하겠다고. 당연히 정책에 문제가 많지만, 수험생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입학을 고려할 때, 두 가지 전형이 있다. 한 전형은 일반적인 전형이고, 한 전형은 '특수한 몇 개 과'만 갈 수 있는 전형이다. 당연히, 의대에 갈 실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전자에 지원한다. 왜? 내 꿈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 그렇다면 후자는 누가 갈까? 의대에 갈 실력이 부족한데 의대는 가고 싶은 학생이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고,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붙게 된다. 그래도 의사는 늘어나니까 괜찮지 않냐고? 이 학생들은 내가 확신하는데, 진급하기 어렵다. 의대생들은 입학 전형에 관심이 많아서, 서로 수시, 정시, 논술, 학생부 종합 등을 자연스레 물어본다. 그들에게는 성적이 전부이기에, 이렇게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과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정말 괴물들이 많기 때문에 의대가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그들이 졸업 후 해당하는 과와 잘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을 담보 잡히고 들어왔는데 잘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들을 구제할 것인가? 전적으로 선택한 그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탁상행정의 산물인 정책의 잘못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비인기과(기피과)의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 의료 수가를 정상화시켜서, 소득을 올리고, 정상적인 인원 지원 환경이 만들어지면, 미국처럼 누가 가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간다. 수가 정상화 없는 처우 개선은 모순이다. 대체 왜, OECD 국가 중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말은 그렇게 자주 하면서, OECD 국가 중 의료 수가 최하위라는 말은 언급도 없는지.

  돈은 쓰고 싶지 않고, 노예처럼 부릴 사람은 더 구하고 싶은 정부와 병원 경영진 측의 생각이 만나 벌어진 일이다.


3. 괜히 의사들이 밥그릇 챙겨보겠다고 반대하는 거 아닌가? 이미 돈도 많이 벌면서?


- 왜 해당 정책을 반대하는지는 1,2번에서 충분히 기술했다.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의사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면 안 되는가? 의사는 이익을 추구하면 안 되는가? 자본주의 국가에서, 남들보다 많은 능력을 가지고, 남들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얻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얘기에 항상 따라오는 의사의 사명감 이론은 더 들어주기 싫다. 대부분의 교수님, 의사들은 그 사명감을 가지고 진료하기 때문이다. 어느 은퇴를 앞둔 노교수님은, 아직까지도 초진 환자가 들어오면 긴장감에 혀가 굳는다고 하신다. 진료만 40년가량 하신 분이다. '내 순간의 판단에 환자의 건강이 결정된다'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신다. 이게 사명감 아닌가? 대중이 원하는 사명감이 그 유명한 이국종 교수님처럼, 초인적인 삶으로 환자들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라면 그건 희생이다.  그럼에도 희생이 필요하다면, 영웅이 보고 싶다면, 당신이 공부해서 의사를 하도록 하자.

  또 한 가지, 의사의 수익. 의사의 수익은 과연 그렇게 높을까? 물론 평균적인 의사의 수익은 여타 직업군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익을 얻기 시작하는 때가 보통 40세 전후라는 점, 그 전까지의 투자 비용은 배 이상 들어간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수가를 생각했을 때는 오히려 부족한 금액이다. 의사가 평균적인 금액만을 받게 된다면, 누가 이 고생을 하고 이 길로 들어올까. 항상 말하지만 자녀에게 권해준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몇 가지 내용만을 다루어보았다. 사실 정책 자체에 문제점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정부가 의사를 전문가로 대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의사의 의견을 참고하여 정책을 만든다'라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언반구도 없이 강제로 정책을 통과시켜버리고, 이제 와서 파업한다니까 왜 대화로 풀지 않았냐고, 국민을 인질 잡지 말라고 소리친다. 담당 교수님이 의사 수가 조금 늘어나긴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절대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왜 정부는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하셨다. 물론 내가 적은 글엔 지금의 감정이 여과 없이 녹아들어 가서,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같이 일개 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점을 가진 정책을, 정작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과는 토론하지 않고, 보여주기 식, 포퓰리즘에 의거한 정치를 벌이는 정부와 국회는, 무능함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포퓰리즘식 정치에 좋다고 따라다니는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덕분에 챌린지? 챌린지 할 시간, 돈으로 코로나로 고생한 의료진 급여나 제대로 지급하자. 드론으로 헛짓거리나 하지 말고. 세금 많이 걷어서 공중에 분해시키니 뭐하는 짓인지.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다. 원격 진료, 첩약 급여화, 의대 한의대 통합, 공공의대 설립 등. 하나씩 따져보면, 죄다 허울 뿐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을 20개 이상 내놓으면서 단 한 차례도 효과를 못본 사실을 알고 있는가? 효과는 커녕, 앞으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청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책을 '생각을 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고', '이해 당사자와의 토론' 끝에 결정하는 그런 당연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지금까지의 의사의 행보가 모두 옳았던 것은 아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고, 대리 수술 문제 또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이 외에도, 의료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다양하고 많다. 반드시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되어야 한다. 지금 의사는 고립되어있다.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배척받고, 국가에게서는 전문가 취급조차 받지 못한다. 이 상황이 너무 얽혀있어서, 어떻게 풀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정말 서로 '대화'를 통해, 상식적인 선부터 하나씩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찍어누르기 말고.


오늘 파업에 동참하는 모든 의대생 선후배, 동기들, 전공의 선생님들 모두 응원합니다.


#덕분이라며챌린지 #앞에선덕분에 #뒤에선입맛대로 #껍데기뿐인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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