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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Feb 24. 2021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

진짜

조용해지나 했더니 또 의사가 화두다.


이번에는 의료법 개정안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게 면허 취소를 각각 기간별로 설정하겠다는 법안이다.


여론은 안봐도 뻔하다. 의협은 반대할 것이고, 국민은 개새끼들이라고 외치겠지.


아직 의대에 입학하지 않았을 시점부터 지금까지 내 생각은 항상 같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의사 면허를 박탈해야한다.


의사도 직장인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의사는 생명과 직결된 부분을 다루는 전문가이다. 그래서 나 또한 살인, 살인미수, 강간, 성폭행 등을 저지른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기고 싶지 않다. 당연한 심리다. 어느 누가 그것에 반대를 하겠는가? 의사의 전문성에는 분명히 순간의 판단력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 판단력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 있는 행위를 저지른 자는 의료행위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이게 정말 대다수의 의대생과 의사들의 생각이다. 주변의 그 누구도 이러한 판단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협이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해당 법안은 강력범죄만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지난 8월 국회에 상정되었던 의사 파업 금지법을 예로 들어보자.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항하고자 파업을 실행한 의사들을 정치, 기사로 매도하고 앞으로 의료인이 파업을 하는 것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나쁜 의사, 밥그릇 프레임을 하도 씌워두니 여론은 나쁠리가 없었고.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의사들은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면허가 박탈된다. 이 포인트에서 정말 어이가 없는건, 노동 3권의 권리가 의사에게만 없는 것도 그렇지만, 이런 흐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도 아무도 관심가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의협이 강력범죄 만을 취소 사유로 제한하는 안을 제출했으나, 여전히 기사 제목은 ‘성폭행한 의사가 나를 치료한다?’ 라는 식이다. 기레기들.


이젠 정말 모르겠다. 사람들은 의사가 정말 개새끼라고 생각하는건가. 우리는 이곳에 들어온 것으로 그냥 적폐 취급 받는건가. 원래 별로 즐거운 공부는 아니었지만 점점 회의감이 몰아친다. 국민들은 의사를 전문가로 인정하기는 할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소설 보면서 교수랑 레지던트랑 연애하는 생각만 하고, 대체 이 직업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본인들 자식들은 그렇게 의대에 보내려고 애를 쓰면서.


이재명은 이 와중에 ‘경미한 수준의’ 백신 접종을 간호사의 업무로 돌리자는 말을 한다. 의료 까막눈이 보기엔 백신 주사나 수액 놓는거나 똑같아 보이나 보다. 역시 개돼지들은 박수치며 이재명 시원시원하다고 거리고 있고. 이건 주사를 간호사가 놔주는 것과 완전히 다른 문제다. 애초에 간호사가 의사와 같은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두 직업의 구분이 필요했을까? 난 대체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모르겠다.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아나필락시스가 와서 옆 가정의학과 의사를 불러다가 치료한 사건을 알고 있는가? 같은 의료인으로 분류되는 한의사는 왜 아무것도 대처하지 못해서 다른 건물 의사를 불러왔을까? (다른 얘기지만 결국 그 가정의학과 의사는 환자가 사망하자 소송에 휘말려 의원을 폐업했다.) 간호사가 무엇을 배우는지, 의사가 무엇을 배우는지는 사람들이 알까. 간호학과 의학이 다른 범주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까. 다시 백신 접종으로 돌아와서, 간호사가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아나필락시스가 오면 환자 대응을 할 수 있는가? 아 그래 에피네프린 정도는 놔줄 수 있겠지. 그 뒤에는? 갑자기 어디서 의사를 또 불러오나? 간호사라는 직업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가 수행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점을 대중이 간과하고, 정치인이 무시한다는 사실이 화가 날 뿐이다.


의사가 대체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아프면 의사한테 간다고 생각하고, x-ray, CT를 찍으면 병명이 거기 대문짝만하게 찍혀서 나오는 줄 아나보다. 인대가 나가도 주사를 맞으면 다음날 바로 좋아져서 일상 생활을 하기를 원하고, Lab test로 나온 결과를 아무리 해석해도 결국 진단은 확률 싸움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것만 보면 의사를 신처럼 취급하면서도, 뒤에서는 수술실에서 장난질하고, 병원 돈벌려고 비싼 항암제 일부러 맞추는 사람들로 보는것 같다. 어디부터 잘못된건지.


그냥 모르겠다. 이제는. 머리가 복잡하다. 기사를 보면 진절머리가 난다. 정치인들을 보면 머리를 깨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친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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