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비오는건 싫어.
비시험주간의 일요일. 눈떠보니 5시 반. 알람은 7시 20분에 맞춰두었으니 조금 더 자도 괜찮겠지.
너무 푸근히 잠들었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눈을 뜨니 아니나 다를까 11시 20분이다.
작년 이맘때 같았으면, 이렇게 늦잠자버린 스스로를 책하며 우울감에 빠졌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늦잠 잘 수 있게 만들어준 바깥 빗소리가 고마울 뿐.
항상 그랬다. 비가 오는 날이면(물론 어제도) 잠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건 일어나서 침대를 나오기 싫은 겨울철 따듯한 이불 안과 비교할만한게 아니다. 적어도 후자는 일어나서 폰을 보며 뒹굴거리기라도 하지. 비가 오면 뇌가 더이상 일하지 않는다. 알람은 언제 멈춘지도 모르겠고 그냥 자자. 더 자자.
그렇게 눈뜨면 11시 20분.
느긋하게 밥을 차려먹고, 샤워까지하고 학교로 도착하니 어느덧 12시 반이다. 금요일에 세워둔 계획은 모두 밀려 어디갔는지도 모르겠지만. 다 괜찮다.
지난 시험을 생각보다 많이 망쳐버렸지만 그것도 괜찮다. 2차 잘보면 되지.
비가 갓 그친 뒤의 선선한 공기가 좋다.
푹자고 씻은 뒤의 뭔지 모를 푸근함이 좋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봉오리를 보는것이 좋다.
이제 공부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