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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May 07. 2024

복싱은 감히 지상 최고의 운동이라 말할 수 있다(4)

_복싱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대충 카넬로 회피 모음 중 하나

위 영상은 복싱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한번쯤 알고리즘을 타고 노출되었을 법한 장면이다. 초록색 글러브를 끼고 미친듯한 회피 능력을 보여주는 그는, 현시대 복서 중 가장 인기가 많다해도 과언이 아닌 카넬로 알바레즈다. 카넬로 알바레즈의 복싱 기술과 그 명성 및 인기에 대해서 글을 쓰자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 이는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고, 중요한 것은 위의 회피 장면이다. 상대 선수가 절대 느린 속도로 던지는게 아닌 주먹을 정면에서 다 보고 회피하고 있다. 어쩌면 복싱을 주 운동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가장 선망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남자들은 부정하지 못할거라 확신하는데, 남자들은 가만히 멍을 때리다보면 미지의 상대와 싸우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날아오는 주먹을 멋지게 피하고 카운터를 상대에게 날려 기절시키는 장면을 상상하다보면, 실제로 할 수 있을것 같다는 허황된 자신감도 생기고, 왠지 격투기 선수들이 하는 동작을 나도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킥은 다리가 안올라가서 못하겠지만, 저렇게 머리를 옆으로 숙이고 주먹을 던지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은 다른 격투영상들도 보며 가장 접근성 좋은 복싱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보통인 것 같다. 그렇다면 복싱을 배우면 일반인인 나도 저런 회피를 할 수 있는걸까?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앞서 복싱이라는 운동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복싱은 기본적으로 주먹으로 얼굴을 포함한 상대의 상반신 만을 타격하는 운동이다. 팔꿈치를 써서도 안되고, 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손바닥 면으로 타격을 해서도 안된다. 모든 격투기의 룰과 같이 등이나 후두부, 척추 라인을 가격해서도 안된다. 그렇기에 공격이나 회피 기술이 그리 많지 않다. 공격기술로는 보통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바디샷 정도가 있고 방어기술은 조금 더 다양한데 슬립, 위빙, 더킹, 스웨이, 패링, 블로킹 등이 있다. 위에 열거한 기술들의 세부 기술들(파워잽, 체크훅, 캐칭 등)이 더 많지만, 어디까지나 복싱장을 가서 기본기라 부르는 기술들은 위의 것이 전부다. 기술을 전부 아는건 거의 불가능한 주짓수와 비교하면 기술의 개수는 정말 적은 편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복싱을 다니게 되면 하는 일은, 위의 기술들의 '무한 반복'이다. 기본적인 스탠스, 스텝, 공격과 방어 기술들을 배우고, 스스로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글에서 초심자 두 명이 스파링을 하게되면 이른바 개싸움이 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 년이상 복싱을 수련하면 일반인처럼 주먹을 던지라고 해도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몸에 아직 기술이 익지 않은 초심자는 감정에 이성이 흐려지면 연습했던 기술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휘두르는 주먹만이 나갈 뿐이다. 격투기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깎는다'고 하는데, 기술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몸에 기억시키고, 기술의 디테일을 계속 깎는 작업이 필요하다. 처음 잽을 배울때는 그냥 앞 손을 뻗는 느낌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끊어치기와 밀어치기의 디테일을 익히고, 더블잽을 배우면서 강약 조절을 배우고, 바디잽을 배우면서 머리 포지션의 중요성을 배운다. 스파링을 해보면서 내 잽이 맞지 않음을 느끼고 스텝의 중요성을 배우며, 동시에 맞으면 내가 더 아파한다는 것을 느끼고 머리를 숨기는 법을 배운다. 이렇게 단순히 잽이라는 동작 하나를 익히고 깎는데 무수한 실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누군가에겐 지겹다고 느껴질 수 있다. 사실 누군가라기보다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느껴진다. 체육관에 한달을 다녔든, 십년을 다녔든 초심자의 눈에는 똑같은 동작을 다들 똑같이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치는 잽과 상급자가 치는 잽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왜 똑같은 기술을 수만번 반복해야하는지 와닿지가 않는다. 그래서 1년 차가 넘어갈 즈음에 많이들 그만둔다. 기술을 다 배웠다고 생각하는데, 이 짓을 다니면서 계속 해야하는걸 견딜 수가 없어서다. 나도 이런 매너리즘이 당연히 왔었고, 그럼에도 열심히 나가기는 했지만 재미는 없었다. 그러다 이를 참고 기술의 의미를 하나씩 이해한 순간부터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운동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체육관에 가기 전에 오늘은 가서 무엇을 위주로 연습할 것인지를 마음속으로 정하고, 그 기술을 스파링에서 실제로 한번이라도 성공시키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다시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와보면, 답변은 '무조건 가능하다.' 이다. 비록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복싱을 배워보지 않은 일반인이나 초심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가능하다. 물론 회피 능력치에 따라 저렇게 세계적인 선수를 대상으로도 손쉽게 성공할 수도 있는게 복싱이다. 기술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극한으로 기술을 발달시키고, 그게 극한을 찍으면 저런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기에 일반인으로서만 노력해도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저런 퍼포먼스가 가능하다.


복싱의 매력 포인트를 정말 다양하게 열거할 수 있지만, 저렇게 멋진 동작을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큰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되는게 어디인가. 사실 이런 많은 매력 중 상당한 부분이 이렇게 스파링과 관련되어있다. 그래서 다음 편엔 스파링에 관한 내용으로 더 많은 매력을 소개하려한다. 모두 복싱하자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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