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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May 03. 2024

복싱은 감히 지상 최고의 운동이라 말할 수 있다(3)

_복싱은 얼마나 힘든 운동일까

*2편에서 이어집니다.


왜 하고 많은 운동 중에서 복싱을 하게 된걸까? 복싱장을 처음 등록하면 관장님께 입관 목적을 밝혀야한다. 아직 패기 넘치는 학생들은 강해지고 싶어서, 싸움을 잘하고 싶어서라는 답변을 하기도 하고, 성인들은 조금 더 부드러운 어휘로 '호신목적' 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역시 입관 목적 압도적 1위는 다이어트다. 대부분의 복싱장 창문이나, 입간판에는 '다이어트'가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복싱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고,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복싱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어떤 체형의 사람이 떠오르는가? 아주 체격이 크고 근육질의 사람보다는 마른 체형에 복근이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체육관을 다니는(다이어트 목적이 아닌) 복싱을 오래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미지에 해당한다. 물론 체격이 크고 근육질이거나, 덩치가 좋은 사람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은 키가 크고 말랐거나 보통체형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다. 유도나 레슬링, 주짓수 같은 당기기 위주의 운동에서는 근육질에 몸이 탄탄보다는 두꺼운 느낌의 사람이 많은 것과는 상반된다. 분명 힘이 세고 근육이 많은 사람이 그래플링을 더 선호할 수 있겠지만, 특정 운동을 오래 하다보면 그 종목에서 필요로 하는 체형으로 조금씩 바뀌는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싱에서 요구하는 체형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체형으로 발달하게 되었을까. 이는 복싱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것과 모두 일맥상통하게 된다. 우선 일반적인 하루 운동 과정을 살펴보자. 복싱을 시작한지 약 3개월 정도 지난 초보자는 보통 다음과 같은 루틴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


1. 스트레칭 및 몸풀기

2. 줄넘기 3R

3. 스텝연습 2~3R

4. 기술연습 4~6R

5. 샌드백 3~4R

6. 미트 1~2R

7. 마무리 체력 운동

이렇게하면 약 1시간 내외로 운동을 끝내게 되는데, 끝내고 나면 처음엔 서있을 힘도 없다. 복싱은 99%가 전신 유산소 운동이지만, 미트를 치거나 스파링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는 심박수가 거의 무산소 역치를 넘어가게 되는 상태로 유지된다. 분명 기술연습까지는 힘들지만 내가 버틸 수 있는 선에서 조절해서 연습이 가능하지만, 관장님이나 코치님의 지도 하에 샌드백을 치거나 미트를 칠 때는, 내 리듬 없이 운동하게 되어 아주 매우 정말 힘들다.


가끔 체육관에 처음 오신 분들 혹은, 운동한지 얼마되지 않은 분들이 스파링을 해보고 싶다고들 하신다. 연차가 낮은 사람을 같은 초보자가 받아주게 될 경우, 스파링이 아니라 그냥 개싸움이 될 확률이 매우매우 높기에, 이런 경우 보통 오랜 기간 수련한 사람이 받아주게 된다. 초심자를 상대로 이악물고 하는 것은 매너도 아닐 뿐더러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라, 최대한 방어와 회피 위주로 스파링을 운영해주곤 한다. 그래서 보통 초심자에게 '그냥 배웠던 기술 써보시면 돼요' 라거나 '저 신경쓰지 마시고 하고 싶으신거 해보시면 됩니다' 라거나 '괜찮으니까 세게 쳐도 돼요'로 포문을 열고는 한다. 그리고 정확히 1라운드가 끝나는 종이 울리기 30초 전부터 기진맥진해진 초심자에게 '힘내요 30초 남았다 30초!' 하며 펀치를 계속 낼 수 있도록 응원하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아마 90퍼센트 이상은) 사람을 때리거나 맞아본 경험이 매우 적다. 뭐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매를 맞은 그런게 아니라, 주먹으로 상대방을 가격하거나 가격당한 적이 적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갑자기 링에서 16온스(약 450g) 글러브를 착용하고 상대방을 때리는 행위는,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자체가 굉장히 힘든 동작이 된다. 특히 그냥 한대 세게 치려고 하는 막싸움이 아니라, 몇분 동안 계속 공방을 해야하는 상황은 심리적으로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는 실제 사람과 스파링을 할 때만 적용되는게 아니다. 가만히 있는 샌드백을 때리거나, 관장님이 잡아주는 미트를 칠 때도 같은 상황이다. 샌드백은 생각보다 무겁고, 종이 울리기 전 1초 1초가 영겁과도 같다. 특히 발이 같이 움직이면서 펀치를 내야하는 상황이 정말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심박수는 계속 높은 채로 유지되고, 이 심박수가 라운드 쉬는 시간인 30초 동안 회복이 될 리가 없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1시간 정도의 운동이 끝나면 고강도 인터벌 훈련을 한시간 정도 진행한 것과 거의 유사한 심박 그래프가 나온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체중이 굉장히 잘 빠진다. 복싱장에는 10kg 이상을 3개월 만에 감량한 사람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몇 달에 걸쳐서 거의 사람 하나 정도의 몸무게를 뺀 사람도 있고, 원래도 마른 편인 사람이 아주 바싹 말리는 경우도 봤다. 물론 다이어트가 운동 목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런 목적이라면 아주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이유다. 또 전신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는 운동이라, 전체적으로 탄력있는 몸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보니 3화만에 드디어 복싱이 최고의 운동이라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나온 셈이다. 하지만 아직 이 운동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모두 복싱하자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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