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9일 새벽

공부법

by 펭귄들의우상


벌써 5월이다. 5월.

생리학, 면역학, 생화학이 시작한지 어언 2달째. 아직 갈길이 멀다.


요 며칠 사이, 극심하게 우울했다. 이렇게 맑고, 날 좋은 날 하루 온종일 송재관에 박혀서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새삼 고3 시절의 내가 대단하다. 어떻게 그 과정에서 한번의 일탈 없이(그건 아닌가) 죽도록 하루종일 공부만 했는지. 심지어 그때는 이동하는 시간, 밥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단어장을 손에 들고 무엇이든 외우면서 공부했었다. 미친놈이다 진짜. 이제는 12시간 공부하면 너무 힘들다. 허리는 점점 더 아파오고, 사실 그걸 떠나서 이제는 한타임 공부를 열심히하면 머리가 너무 어지럽다. 뭐랄까 다쓴 립밤을 어거지로 떼어내서 사용하는 기분이다. 늙은건가.


강의록도 많이 남았다. 1달 째를 넘어서 2달 째에 들어온 지금, 조금 더 치밀하게 공부했어야 했다. 친구들한테도 공부방법을 많이 물어보고, 심각하게 얘기도 나눠봤다.


뭐 결론은 정해져있다.

JBL(Jokbo based learning)


의과대학의 족보는 참 재밌는 요소다. 살인적인 강의량을 착착 제해줄 수 있는 무기임과 동시에 너무 과용하면 뒤를 잡힌다. 짤족(족보 문제나 보기가 같게 출제된 문항)을 보면 환호성을 지르고, 단 하나의 보기도 족보를 타지 않는 교수는 이미 내 마음속 제거대상 1순위다. 공부법은 간단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어떤 할 일 없는 의대생이 본과 진입전에 볼 기회가 있다면 추천한다.


1. 강의를 열심히 듣는다.


- 싸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나 같은 경우는 현강에서 집중이 굉장히 잘되는 편인데, 싸강으로 돌리니까 1.4배속 교수님은 나를 감시하지도 않고, 친근하지도 않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이때 중요한 점은 필기를 잘해야한다. 가끔 이수환 교수님, 백은주 교수님처럼 강의록에는 없지만 수업 때 설명한 내용을 사용하시는 분이 계신다. 지옥이다.


이 다음이 중요하다.


2-1. 강의가 머리속에 들어왔다면 바로 족보를 본다.


- 족보는 만인의 길잡이라서 반드시 먼저 봐야한다. 족보를 안보고 강의록을 공부하려는 당신은 굉장한 천재거나, 굉장한 근성을 가지고 있다. 이건 그 둘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지만 강의록을 먼저 보려했던 나같은 병신이 없기를 바래서 하는 말이다. 족보를 보고 해당하는 부분을 강의록, 필기에서 찾아서 따로 표시해둔다. 사실 이 작업도 꽤 오래걸리는데 반드시 해야한다.


2-2. 강의가 머리속에 들어오지 못했다면 위계를 먼저 잡고 2-1로 간다.

-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기본은 위계다. 적어도 내 머리에는 위계를 잡지 않으면 지식이 들어가지 않고 파편화된다. 파편화된 지식은 모래알 모아서 성 짓는거랑 비슷해서, 누가 성의 한 부분을 짚고, 이게 어디야? 라고 물어봤을때 ‘모래 헤헤’ 라는 대답외에는 할 수 없다. 적어도 그 모래에 이름을 지어줘야한다. 너는 보체계의 예시 중 C3 convertase를 구성하는 요소, 너는 막전위를 구성하는 채널 중 휴지막 전위에 관여하는 K+ channel 뭐 이런식으로. 따라서 전체 내용을 담은 아주 큰 위계를 간단히 잡고 2-1로 간다.


3. 위계도, 족보도 체크했다면 이제 강의록을 공부한다.


- 나는 머리가 나빠서, 수업을 들어도 바로 증발한다. 그래서 강의록을 A-Z로 다시 공부하고 이해해야한다. 그리고 반드시 유념해야하는 것은 공부하고 이해하면서 ‘외워라’. 이게 핵심이다. 본과생인 너는 이 강의록을 시험 전에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지금 당장 외우고, 외울 것을 정리해라. 이해해야하는 파트도 정리하고, 외워야할 내용을 정리해라. 근데 이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하면 단순 노동이다. 머리를 쓰자.


4. 강의록 공부를 마쳤다면 족보를 다시 푼다.


5. 족보를 풀었다면 최종정리를 하고 넘어간다.(이건 안해도 될거 같다. 내 취향)


이제 공부법도 잘 써줬으니 가서 이거대로 공부해보자. 행복회로 작작 돌리고. 나한테 하는 말이다.


오늘 글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사실 그냥 집, 자취방 말고 진짜 서울에 있는 우리 집 가서 밥먹고 누워서 뒹굴거리다 자고 싶다. 일어나서 배드민턴도 한번 치고 와서 씻고 맛있는거 먹고 다시 자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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