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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 Nov 23. 2023

B만 주룩주룩 내리는 현장

회사 내 사회주의

오늘은 인사고과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나는 누구나 아는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 팀은 3년간 좋은 성과를 내었고, 전국 현장 중에서도 모든 성과가 탑으로 인정받을 만큼 결과도 끌어냈다.

허나, 나의 성과는 "B". 

(우리 회사는 S/A/B/C/D로 평가가 나뉜다.)


현장 내 상대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군가는 S/A가 있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C/D가 나와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본사 평가도 있지만 사실상 영향력이 그리 높진 않다. 물론 학연, 지연, 혈연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소장님께서 C/D를 아무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S/A 받아야 할 사람들까지 거의 모든 직원이 B를 받았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다 함께 죽자는 말밖에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B부터는 승급추천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소장은 그 기회조차 박탈시킨 것이다.


일을 잘한 직원도 B, 일을 못한 직원도 B, 놀고 게으름 피운 직원도 B, 열심히 솔선수범한 직원도 B.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열심히, 잘해야 할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가.

이것이 사회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 싶다.


소장은 착한 사람이지만 어리석다.

정확히 말하면 착한 사람콤플렉스가 있다. 그래서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을 싫어해서 아마 이렇게 성과를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그저 그 어떤 책임도 지기 싫어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잘한 사람은 성과를 잘 주어야 하고,

못한 사람은 성과를 못 받아야 한다.

왜냐고?

그래야 잘한 사람은 더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못한 사람은 더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B만 주룩주룩 내리는 현장에 어떠한 발전이 있을까. 점진적으로 봤을 때 악영향밖에 미치지 않는다.

결국 소장은 나쁜 사람이 되기 싫었겠지만, 아이러니하게 결국 나쁜 사람이 되었다.

원래 애매한 게 가장 나쁘다.


열심히 일한사람들 사기도 꺾이고 이 사회에 실망감을 주는 평가에 허탈감이 들뿐이다.

우리는 지금 경쟁 사회에 살고 있고,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이 말은 열심히, 잘, 노력한 이들에게 그만한 대가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어리다는 이유로, 가정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우리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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