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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 Feb 19. 2024

따스한 눈사람

아침에 눈을 뜨니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부산에 눈이라니. 심지어 쌓여있다니!

약 10년 만의 일인가? 아니, 더 되었을 수도.


출근길 아침부터 어린아이가 되듯 설렌다.

차가 막혀 지각을 했는데도

그저 기분이 좋다.


퇴근 후 당신을 만나러 갔을 때도

눈이 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보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제설작업은 빠르게 돌아가고,

낭만 없는 이 도시는 바닥이 전부 흙탕물 되어

회색빛으로 추적추적한 눈들이 녹아 있을 뿐이다.


어둠은 찾아오고, 아쉬운 맘 뒤로 하고서 서둘러 당신에게 가는 길.

가로등 아래 비치는 차들 위로 아직 녹지 않는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차 보닛 위 눈을 모으며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내 손이 얼어붙은 줄도 모르고 소중히 눈사람을 손에 쥐고서 당신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손이 얼어붙어도 좋았다.

이 작은 눈사람으로 당신이 웃어준다면.

그렇게 나는 작은 눈사람이 녹지 않길 바라며 서둘러 갔다. 내 손이 조금 더 차가웠으면 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날이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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