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작가 Jul 02. 2021

슬기로운 작품생활

나에게 꽤 어울리는 옷 같아.

머릿속의 이야기를 다 꺼내 텅 빈 상태여야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편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떤 창작자들은 창작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는 창작이 끝났을 때 비어 있는 상태가 감미롭다. 중간중간 짧은 쾌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야기가 완전히 빠져나갔을 때가 정점인 것이다. ~ (중략) 창작물이 안에 고일 때 괴롭고 내보내야 머릿속의 압력이 낮아진다면 당신도 창작을 해야 한다. 그 압력을 무시해서 고장 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나 같은 경우는 우연히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문득 자문하던 질문에 답변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경우, 머리에 압력이 높아진다고나 할까..




그런데 전시 왜 하는 거야? 

늦은 저녁, 밥을 먹다 우연히 묻는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횡설수설 이것저것 머릿속에 말들이 마구 떠올랐는데 다 거짓말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꽤 단순했는데 생각보다 정곡을 찔린 듯,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었을까 계속 되물었다. 옆에 앉아 열심히 밥을 먹던 아이도 아빠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엄마가 이상했는지 먹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하고 싶어서
그리고 지금 해봐야 다음에 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짧은 질문에 한참만에 대수롭지 않은 대답을 해놓고 갑자기 깨닫는다. 그래, 내가 이걸 그냥 하고 싶어 하는구나. 아무런 이유 없이 이걸 계속하고 싶어 하는구나.




전시 홍보는 왜 안 해요?

질문을 받고 또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아주 오래되고도 고질적인 "병"이 다시 도졌다는 걸 깨달았다.

완벽주의라고 불리는 이 지병은 보통 내가 좋아해서 진짜 잘하고 싶은 일이라 생각이 들면 여지없이 고개를 쳐들고 나를 옥죄곤 했다. 이걸 고쳐보려고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한 개씩 아무거나 올리고 오타가 있어도 절대 수정하지 않고(?) 삭제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해왔다.(요건 변명, 어쨌든 맘에 들지 않지만 하루하루 올리려고 했음)


이제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심하게 심한 알레르기 반응처럼 올라왔다. 전시 일주일 전까지도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렸던 그림 위에 다시 덧칠하고 다시 덧칠하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잘하는 힘보다 견디는 힘이 중요하다는 글귀를 머리에 수만 번 되뇌었던 것 같다.

너무 마음에 안 드는 내 그림을 견뎌야 한다. 그렇게 견디는 마음으로 그림을 완성




그래서 앞으로?

나에게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작업은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취미활동에만 집중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행위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 편견이 생기기까지 꽤 많은 히스토리가 있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어쨌든 지금은 가장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락 없이 아무 말을 던져도 늘 안전할 것 같은 친한 지인에게 “나 아무래도 나한테 맞는 옷 같아.” 라며 나의 진심을 가볍게 던졌다. 그러니 이제 완전 그 옷으로 갈아입는 거냐 웃으며 묻는다.


질문을 듣고 그제야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런 나를 보고 “왜”냐는 물음 대신 순박한 눈빛을 보내오는 지인을 보며 문득 이해시켜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에 가서 맘에 드는 옷을 입어봤는데 아직 가격표를 못 열어본 느낌이야.
이 옷을 살까 말까 고민이라기보다는
이 옷은 나한테 확실히 어울리는 게 맞다고 생각은 하면서 혹시 비싸려나?
라며 생각 중이라고나 할까?

 

이 말을 듣던 지인은 웃으며 “그냥 나가서 비슷한 옷 온라인으로 주문해” 란다. 이 유쾌한 사람…

그 유쾌함이 나에게도 전염이 되었고 꽤 흥이 나기도 해서 왠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제는 비겁하지 않게 꼬박꼬박 성실하게 그러 보고 싶어.” 맥락이 없는 말을 듣고도 답답해하지 않는 그는 소리 내서 묻는 대신 그냥 계속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어떤 사람 말이 듣기 싫고 짜증 나면서도 동시에 왜 그랬는지 너무 알겠어서 짠한 감정이 드는 이 모순적인 감정이 늘 괴로웠는데… 그러려니 무덤덤한 척을 많이 했어…

이렇게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았던 여러 순간들이 복귀하면서 그렸던지라 마음이 평안할 때는 본 척도 하지 않다가 매번 비겁하게 가장 힘든 순간에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제는 꼬박꼬박 성실하게 그려보려고.”


 


전시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서야 알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많이 그려서 주기적으로 전시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미리 지름) 


장소는 캠프 프레이저 스라는 아주 멋진 곳에서 하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멋진 작가님들과 같이 전시 중이에요 

혹시 부산 쪽, 대구 쪽 가실 일 있으시면서 동시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들러주세요 

저는 7월 10일 그리고 7월 11일 상주합니다. 


오시는 분은 미리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시일정 : 2021. 06.28~07.11
관람시간 : Open 10:00~Close 18:00 

캠프프레이저스 센터 (밀양 용평동 암새들 소재) 



슬기로운 작품생활 _ @캠프프레이저스 센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