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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ul 22. 2021

부의 품격

착하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유학을 갔다.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지금은 꽤 유쾌하게 얘기하자면 도피유학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초중고를 집에서 모두 10분 거리에서 다녔던 우물 안 개구리 같았던 나는 먼 나라에 혼자 뚝 떨어지고서야 제 머리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뭘 해야 하지?  당시 나름대로 꽤 치열하게 고민(이라고 부르며 방황)을 하다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중간 결론을 내고 야심차게 국제 전화를 걸던 날이었다.  꽤 어렵게 얘기를 꺼냈는데 단번에 그리고 꽤 단호한 답변이 나왔다 "안돼"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이제 어쩌지?라고 난감해하던 그때가 기억난다.


내가 하고자 하거나 살아내고자 하는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모 떨어진 타국에서 그제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사실 돈이 중요하다고 깨달았지만 한편으로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돈은 있다가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동시에 가능한 생각인지 나도 내가 이상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선입견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많은 사람들..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사람들 하면 바로 이해타산이 빠르고 절대 손해보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찔러서 피도 안나올 것 같은 사람들.. )


내가 정말 그런 태도로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살고자 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심신이 피곤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돈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도저도 아닌 이 괴리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가만히 곱씹기 시작한다. 


비싼 명품을 못 사는 건 괜찮지만 밥을 먹고 누가 계산해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라던가, 누구 생일에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몇 장 보내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싫었다. 내가 무엇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을 때 내 형편과 저울질하며 주저하는 상황을 짜증내 하던 스스로가 떠오르며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을 때, 고민 없이 물심양면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서 나름의 절충안으로 이해타산이 빠르거나 절대 손해 보려고 하지 않더라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다 읽게 된 책 #부의품격이다.

저자분은 꽤 유명한 출판기획 전문가이신데, 본업을 수행하며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를 한 단어 #선의지 즉 부의 품격이라고 책을 통해 말한다.


선의지란 선을 행하고자 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의지를 뜻하는 말로,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드가 처음으로 사용한 개념이다. 칸트는 선과 도덕이 선험적이라고 했는데 이는 인간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선,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성선설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그런데 선의지의 개념을 읽으면서 각자 인간 마음속에서 옳다고 믿는 바가 모두 같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의심병이 들기 시작한다.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선함이 너의 선함과 동일할 수 있을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뛰어가  #조너선 하이트 의 #바른 마음을 바로 읽기 시작한다. 하나도 그냥 안넘어가지는 내가 조금 피곤하긴 했다. 


저자분이 꽤 오랫동안 출판기획사를 운영하며 본인의 신념 같은 선의지대로 경영했던 실제 사례를 읽게 되며 앞서 들었던 의심병이 조금 수그러 든다.  아니 한편으로는 꽤 궁금해졌다. 


저자가 꽤 많은 돈을 지인들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던 여러 번의 사건들에도 여전히 선의지를 믿고 또 책까지 저술하신 것.

저자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인간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검은 머리 짐승이라고 일컫는 지인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며칠을 이 차이를 두고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해봤는데 결국 바라보는 시야, 그리고 기간의 차이일까? 하는 결론에 이른다.


삶을 단거리 경주로 생각했을 때와 장거리 마라톤으로 바라봤을 때의 차이랄까?

아무튼 책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애덤 그랜트 의 #기브 앤 테이크 가 생각나기도 해서, 내일은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퇴사의 좋은 점 하나는 하나의 생각을 끊지 않고 꽤 오랫동안 궁금해하면서 충분히 곱씹어 볼 뭉텅이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조금 더 즐기다가 다시 돈 벌어야지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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