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처럼 지루하다가도
삶이 유한함을 깨닫는 순간
별로 기대하지 않던 내 삶이 감사해진다.
6개월짜리 안심을 얻고
내 몸에 대한 걱정을 일단 유예시켰다
병원을 나와서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봄에 입고 싶었던 우리 회사의 신상팬츠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봄이 오면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해야지...
통이 넓은 팬츠에 굽이 낮은 운동화를 신고
나풀나풀 많이 걸어야지...
언제가 내 마지막 봄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순간을 기쁘게 살아내야지
당장 내일이면 또 잊어버리더라도
이 순간 이 혹독한 추위마저 감사해야지.
지난 3개월간 좋아하던 향수도 거의 안 쓰고
좋아하던 흑발도 포기한 채 머리에 흰머리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나는 기꺼이 좋아하던 것들과 잠시 이별했었다.
퇴근 후 서둘러 저녁 식사를 마치고
머리에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오래오래 정성스레 머리에 검은 물을 들이며
이런 사소한 즐거움을 잊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세 또 까먹겠지...
그래도 좋다. 일단 오늘은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