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 잔》

자작시 No.5

by Anselmo Gurnemanz

실수로 놓친

유리잔처럼

산산조각 난

마음 추스려

길을 나섰다.


어두워진 길

가로등 켜져

야음을 쫓고

나는 서둘러

길을 걸었다.


큰길가에서

좁은 골목길

더 걸어가면

허름하지만

정겨운 그 곳


오래된 입구

거세게 밀면

부서질까봐

조심스럽게

돌려 열었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셔서

자리에 앉아

마음 속 근심

털어버려요


웃으며 건넨

인사말 뒤로

뭐 드릴까요

주문할 것을

묻는 주인장


한 잔 따뜻이

마시고 싶어

주문을 한다.

알겠습니다

잠깐 계세요


좀 기다리니

달칵 놓이는

따뜻한 한 잔

이어 나오는

장아치 그릇


한 모금 홀짝

장아치 한 입

달콤하지만

시큼씁쓸한

혼란스런 맛


문득 떠오른

삶이라는 것

달콤하면서

시큼씁쓸한

뒤죽박죽 맛


그렇더라도

따뜻한 한 잔

이 느낌으로

살아봄직한

삶이라는 것.


산산조각 난

흩어져버린

마음 조각을

한데 모아 준

따뜻한 한 잔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이천이십이 년 시월 열 여덟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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