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see as much as you know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영어공부를 하는 데도 예외가 아니다. 번역을 하면서 매우 절실히 느끼는, 몹시 간절히 아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방대한 지식이다. 어떤 장르의 글이든 하나의 작품은 그 작가가 가진 수많은 지식들이 씨줄 날줄로 촘촘하게 짜여 있기 마련인데, 모르는 단어나 구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리는 상황은 십중팔구 지식과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잡다한 지식들이 문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건 굳이 외국어의 경우만은 아닐 테지만, 원서를 읽는 데 그 잡다한 지식들이 도움을 준다는 건 말 그대로 불문가지(不問可知: unquestionable thing). 가령,
작년 가을에 나온 '스콧 피츠제럴드 미출간 단편집'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에 수록된 〈사랑은 아프다〉를 보면 남녀 두 주인공이 카드게임을 하며 숫자를 가지고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만약 '솔리테어solitaire game'라는 카드게임을 알고 있다면 두 사람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을 수 있고, 그 꿰뚫는 재미가 한층 더해진다. 〈그 집의 여자들〉에 나오는 후안 그리스라는 화가의 얘기는 그가 피카소의 실제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진주와 모피〉에 나오는 서커스 얘기는 1930년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주변의 휴버트 다임 박물관에서 실제로 벼룩 서커스단이 활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하고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또한 작품집 곳곳에 등장하는 영화, 배우, 감독, 가수, 노래들 역시 그 이름이나 제목을 알고 있다면, 듣거나 본 적이 있다면 더더욱 문장들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사실, 외국어로서의 영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지식체계knowledge system다.
영어는 하나씩, 차근차근, 배우고 익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지식습득의 대상이다. 영어는 정복하기 어려운 '남의 나라 말'이 아니라, 마치 국사책을 읽으며 임진왜란이 언제 일어났고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후 조선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하나씩, 차근차근, 배우고 익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게 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만약, 영어로 지식을 쌓아나간다면, 그야말로 돌멩이 하나를 던져 참새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 게 되질 않겠는가!
일석이조(一石二鳥)
Killing two birds with one 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