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르는 뇌> 노먼 도이지 저 - 서평
인간의 정신과 행동은 모든 철학의 출발점이 된다. 고대부터 철학자들이 가진 ‘마음’에 대한 추상적인 관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뇌를 해부하기 시작한 르네상스를 거쳐 대뇌cerebrum로 확장되었고, MRI와 같은 현대 신경영상 기술의 발달로 뇌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사색에 머물러 있던 마음, 또는 정신에 대한 개념이 뇌라는 물질적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인간이 마주한 그 어떤 것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이 인간의 두뇌이지만, 현대 과학은 국재론localiz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뇌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는 뇌의 기능을 컴퓨터와 비교하는 것과 같다. 국재론이란 뇌가 각기 다른 업무에 특성화된 영역들, 즉, 모듈module로 구성되어 있어 특정 뇌 영역은 특정 업무를 처리하는 부품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재론적 관점에서는 특정 뇌 영역이 손상을 입으면 해당 부분이 도맡아 처리하던 업무의 영구적 장애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먼 도이지의 <기적을 부르는 뇌>는 국재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연구결과들, 그리고 기적과도 같은 환자들의 회복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를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개념과 연결 짓는데 책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뇌의 가소성 이론은 뇌가 컴퓨터 부품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유연하며, 스스로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도이지는 입증된 자료들을 통해 뇌졸중 환자의 회복 사례, 노년의 지능 향상 현상, 포르노 중독 및 강박증 환자의 치료 등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뇌가 변화 불변의 기관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다.
뇌 가소성의 사례들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뇌 가소성을 주장하던 학자들과 그들이 견뎌내야 했던 반발과 조롱에 대한 이야기다. 신경과학자 에드워드 타웁 박사는 뇌 가소성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학계와 그의 원숭이 실험을 반대하는 사회단체에 의해 평생 수모를 겪어왔지만—PETA라는 동물보호 단체가 저지른 모순적인 행위들 역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인고의 세월을 거쳐 구속유도 운동 요법(CI)을 개발해 수많은 사람들의 치료를 도왔다.
이렇게 주류 과학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뇌 가소성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치료요법들은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대표적으로 마이클 머제니치 박사는 뇌가소성에 기반을 둔 인지 훈련 프로그램 패스트 포워드Fast ForWord를 개발했고,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노인들의 지능저하가 지연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된다.
뇌 가소성 이론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과거에 뇌 가소성을 언급한 프로이트, 스키너, 셰링턴 등의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도이지는 인간이 몸과 정신의 이원적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심신이원론을 주장한 데카르트 역시 언급한다. 데카르트가 심신이원론을 통해 답하지 못한 질문, “정신은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해답이 뇌 가소성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렇게만 들어보면 뇌 가소성의 힘은 흔한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간증문에 가까운 사례들을 접하면서 뇌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고 의문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뇌 가소성이 ‘기적’으로 보여지길 원하지 않는다. 모순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기적’이라는 프레임은 책의 제목이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가져온 것이지, 원문의 제목은 <The Brain that Changes Itself: Stories of Personal Triumph from the Frontiers of Brain Science>로, 직역하자면 <스스로 변화하는 뇌: 최첨단 뇌 과학이 가져온 인간승리> 정도가 되겠다. 실제로 작가는 그가 소개하는 사례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학술적 자료들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빈틈이 생길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자기계발적 요소를 가진 과학서적으로 읽었다.
작가는 ‘가소적 역설the plastic paradox’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 한계 또한 제시한다. 인간의 뇌는 유연한 만큼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진 탓에, 한 번 일어난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변화무쌍한 뇌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온전히 이해해야만 나에게 최대한으로 유리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