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수건 Sep 04. 2017

1. 요리를 하려는 이유

 요리사가 되려고 합니까?

요리쪽으로 가려는 이유가 뭐야?

"요리하는 순간이 즐거워요."


  때 쯤의 내가 저런 질문을 받았다면 저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장래(꿈과 직업)에 대해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2학년이 된 후 어느 일요일 한 대형서점에 책을 읽으러 갔다가 요리관련 서적 코너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 중 한 권을 꺼내 근처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읽었다. 식재료들의 향연, 원하는 대로 창조할 수 있는 요리의 세계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DesignTAXI Crew


 이전에도 요리가 나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았다. 흔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간단 요리를 해오고 있었다.
 
 부모님의 업무로 가족은  달에 한 두 번 만날 수 있었다. 형이 있지만 비교적 부지런한 편인 내가 집안 소일거리를 맡았다. 엄마는 이따금씩 집에 오는 날에 먹거리를 사오거나 방에 만 원 짜리 지폐 몇 장을 두고 가거나, 계좌로 돈을 송금해 주곤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근처 대형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해서 끼니를 해결해갔. 물론 즉석 식품이나 통조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때부터 요리와 요리만큼이나 중요한 식품구매와 원가관리를 체험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요리를 해보자는 결심 서고 요리를 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고백했던  중간고사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요리가 재밌더나?"


 내 고백 듣고난 후 엄마가 했던 말이. 그리곤 형도 요리를 하고 싶어 했었다고 했. 하지만 형편상 요리학원 보내주기 힘들어 다른 길을 선택했었다고 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하고 싶었다. 아빠 부정적인 반응 보였지만 엄마가 허락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왠지 엄마는 '꼭 그걸 해야겠니? 안하면 안되겠니?'하며  결정을 막고 싶었던 것 같다.


 만약 내 엄마 입장이였다면 당장 나를 뜯어말렸을 것 이다.  재미있다는 막연한 이유 하나로 그 길을 가겠다는 녀석을. 흔히들 요리를 하는 사람들 혹은 하려는 사람들에게 요리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이와 같이 말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 보면 즐겁습니."


 이 이유만으로는 직업으로 뭔가 부족하지 않을까? 엄마가 이야기해주기 전까지 형이 요리를 하고싶어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형은 기계를 만지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 전공으로 대학 입학을  것이라 생각했다.


 요리를 시작하게 되는 또래 아이들의 첫걸음은 보통, 전문계 고등학교로 관광고, 관광과등에서 조리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일반계 고교에서는 공부를 하기 싫어서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빠지려던 아이들이  명분으로 요리학원을 다니게 되는 것으로 시작됐. 아마 형 역시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요리사를 시작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하려고 하는가 동기 중요하다.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다. 먹는 것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정도로는 직업으로  년 혹은 몇 십 년을 지탱해 줄 힘이 되지 않을 것이. 앞으로 우리 좌절시키는 일들은 얼마든지 많이 남아 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2. 스타셰프와 미디어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