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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우 Feb 07. 2021

공감의 집대성, <불편한 진실>

다들 똑같이 사는 구나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익숙한 목소리와 톤으로 음성지원이 되는 이 유행어. 개그맨 황현희를 필두로 박지선, 김기리 등 연기력이 뛰어난 개그맨들로 이루어진 코너 <불편한 진실>의 그것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상황극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 웃음을 주는 형식의 코너다. 황현희씨의 말을 빌리자면, 이 코너를 기획할 때 앞으로 나올 모든 공감개그를 못하게 만들어버리겠다라는 포부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한다. 이 말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불편한 진실>은 무려 2년이라는 시간동안 코너를 이어갔고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공감 상황으

로 웃음을 주면서 '공감 개그'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코너가 됐다. 


공감코드를 활용한 개그. 말해 YES or No(좌), 남조선인민통계연구소(우)


사실 <불편한 진실> 이전에도 공감을 통해서 웃음을 주는 개그는 늘 존재해왔다. 가장 보편적이고 쉬운 웃음 코드이자, 폭넓은 시청자들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코드는 오랜 기간 사랑받아 왔다. 공감개그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기저에는 '사람들 다 똑같이 사는 구나' 라는 인식이 있다. 나에게만, 내 가족에게만, 내 친구들에게만 일어나는 상황과 행동인 줄 알았는데,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비슷한 것들을 겪고 있다니. 나만의 특이한 상황이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으로 확장되는 순간, 우리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웃음을 터뜨린다. '공감개그'는 '다들 그러고 사는' 이 유쾌하고 친숙한 경험의 공유를 제대로 활용하곤 했다.


<불편한 진실> 은 공개 코미디라는 무대, 그러니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있는 공간적 특성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특정한 상황을 보여주곤, 지금 보고 있는 너희들 다 이렇게 살고 있지? 라고 되묻는 듯한 코너 구성이 유효했다. 관객들은 옆 사람들의 웃음을 통해, 이것이 모두가 공유하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함께 웃는다. 이것이 또 다른 옆사람에게 인지되고, 무대에 집중하는 모든 관객의 공통된 경험으로 이어져 웃음을 자아낸다. 


너네 왜 그러는거야?

<불편한 진실>은 그 제목에서 보듯, 공감 상황을 신이 나서 떠들기보다는 mc황현희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와 함께 한 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은 방식은 관객들을 향해 우리가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인상을 주고, 관객들이 마치 내 일상을 들킨듯한 느낌을 받도록 유도한다. 수많은 공감개그가 있고 그것이 대부분 연기를 통한 상황극의 형식을 요구한다고 했을 때, 이를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니컬한 mc황현희의 존재, PT발표 느낌의 비즈니스적 연출은 대단히 훌륭한 그릇이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연기력의 개그맨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 전하는 웃음의 일등공신은 단연 능청스러운 연기자들의 존재이다. 엄마, 아빠, 친구, 선생님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스테레오 타입이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로 생생히 무대에 살아난다. 이들의 말투, 행동, 표정, 의상, 걸음걸이에서 소름돋는 익숙함을 발견하고 웃음을 터뜨릴 때면, 일주일 간 고민하고 관찰했을 개그맨들의 노고에 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다. 등장만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사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불편한 진실> 팀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박지선

그 중심에 고인이 되신 개그맨 박지선씨가 있었다. 우리네 어머니의 표상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던 박지선씨의 등장은 <불편한 진실>에서 언제나 하이라이트였다. 파마머리 가발과 수수한 옷차림, 억척스러운 걸음과 말투가 글을 쓰는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박지선씨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 온 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웃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선하고 유쾌하며 능력있던 개그맨을 잃었다는 '불편한 진실'에 마음이 무겁다. 


하늘에서도 멋쟁의 희극인 박지선씨의 건강한 웃음이 퍼져나가고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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