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다큐멘터리와 부캐놀이의 유쾌한 조화
“이거 진짜 강사 아니었어?”
필자가 <빠더너스>채널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면,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스케치 코미디’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를 시도해왔던 코미디 채널 <빠더너스>가 대중에게 인지도를 얻게 된 콘텐츠가 바로 ‘지리는 문쌤’이다. 유튜브를 조금 봤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실제 인터넷 강의과 흡사하게 연출한 이들의 콘텐츠(혹은 썸네일)를 접해보았을 것이다. 마치 실제와 같은 화면구도와 실제 강사들의 행동과 말투를 모사한 이 콘텐츠가 대중의 공감을 샀고,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수험생활을 거쳐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빠져들게 되는 마성의 디테일을 보여주며 이 코미디 듀오는 그렇게 성장했다.
<빠더너스>는 ‘문이병’과 ‘문대만’, ‘강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부캐 놀이’를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콘텐츠를 해나가고 있는 타 채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기력을 구도와 카메라워크, 독특한 대본으로 커버하며 ‘부캐’를 생성해나가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인 팀이다. 누구라도 설정된 콩트임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실제 상황인것처럼 연출하여 그것으로부터 웃음을 이끌어내는 ‘페이크 다큐’의 성격이 짙은 코미디가 돋보인다. 이는 공채 개그맨들이 주로 유튜브 시장에서 하고 있는 코미디와는 확실히 다른 결의 코미디로, <빠더너스>만의 독보적인 색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빠더너스>는 콩트 위주로 이어져왔던 한국 코미디의 장르적 외연을 확대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코미디 채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코미디 형식을 시도했던 <빠더너스>는 ‘문쌤’의 성공 이후로, 많은 유튜브 코미디 채널들이 시도하듯 ‘부캐놀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지점은 <빠더너스>의 ‘부캐놀이’는 각각의 부캐보다도 ‘문상훈’ 본인의 캐릭터성이 가장 짙게 시청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페이크 다큐’ 형식을 활용하는 <빠더너스> 채널의 특성때문이기도 하다. ‘돼지’, ‘먹보’라는 쉬운 접근성을 지닌 특성과 이는 ‘홈비디오’나 ‘문대만 만들기’와 같은 일상적 콘텐츠를 통해 <빠더너스> 본인들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구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다양한 ‘부캐’들에 대한 몰입보다는, <빠더너스>의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놀리거나 유행어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돼지 문상훈’은 이 채널에 가장 강력한 밈(meme)이며,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이고, 장난감이다.
하지만 <빠더너스>를 인상깊게, 또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왔던 필자의 입장에서, 사실은 ‘돼지 문상훈’으로 모든 것이 덮이는 지금의 <빠더너스>가 아쉽다. 그동안 <빠더너스>가 시도해온 다양하고 도전적인 코미디를 봤을 때 더욱 그렇다. 다양한 부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웃음 코드는 ‘돼지’ 하나로 일원화되고 있고 지금의 <빠더너스>는 해당 밈을 즐겨 사용하는 일부 구독자들만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조회수나 구독자가 콘텐츠의 질을 담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조회
수나 폭발력을 생각해본다면 많은 이들이 비슷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빠더너스>는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웃음을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한 팀이다. 보수적이었던 대한민국 코미디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기대가 크다. ‘돼지 문상훈’과의 놀이도 즐겁지만,그들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좀 더 도전적이고 색다르게 시도했던 그들만의 패기 넘치는 코미디를 보고싶다. <빠더너스>의 기막힌 재생목록을 오늘도 기대하면서.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