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빼놓는 티키타카
"어~ 희한하네?"
'졸탄'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아~ 그거 한 팀이야?" 라고 반가워할 유행어를 선보였던 개그팀이 있다. <웃찾사>의 전성기에서, 코미디의 위상이 떨어진 지금까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어 활동하고 있는 이들. '컬투' '옹달샘' '갈갈이 패밀리' 등의 날고 기는 개그팀들이 떠오르고 지는 동안, 묵묵히 자신들만의 개그 스타일을 고집하며 독보적인 코미디 장르를 만들어 가는 팀, '졸탄'이 있다.
이들이 대중에게 가장 크게 각인된 코너는 단연 <희한하네>. '미친소' '택아' '리마리오' 같은 캐릭터성이 짙은 코너가 주를 이뤘던 <웃찾사>의 최전성기 속에서, 대화의 티키타카를 중심으로 하는 '병맛' 개그를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말이 안되는 상황들을 늘어놓으면서도 특유의 속도감 있는 진행을 통해 관객의 혼을 쏙 빼놓으면서 어찌어찌 상황을 봉합하는 <희한하네> 속 이들의 개그는, 오늘날 '병맛' 코드들을 담은 많은 콘텐츠들을 떠올리게 한다.
<희한하네>를 처음 기획하고 코너 검사를 맡았던 때, 이렇듯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개그는 제작진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당시 '컬투' (정찬우, 김태균)의 도움으로 간신히 마지막 순서 코너에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공개 코미디에서 마지막 순서는 긴 녹화시간에 지친 관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하네>에 관객들이 보낸 호응과 웃음의 크기가 남달랐다고 하니 '컬투'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졸탄'은 '말'을 가지고 놀 줄 아는 팀이다. 오랜 기간 맞춰온 호흡으로, 짧은 문장을 빠르게 주고받으며 정신없이 몰입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을 깔아놓고,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티키타카'를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수다맨'이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강성범과 김원효가 보여줬던 박수를 부르는 말의 향연과는 다르다. 이들은 '팀'이라는 장점을 확실하게 살려, 말을 주고 받는 과정과 호흡의 재미를 부른다. <희한하네>에서 출발해, <이름대소동>에서 그 절정을 이루는 '졸탄'의 말장난은, 캐릭터를 바탕으로 콩트를 주로 선보였던 공개 코미디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졸탄'의 티키타카는 팀 이름처럼 '졸라 탄탄한' 짜임새가 있기에 가능했다. 애드립과 연기보다는 완벽한 대본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계산된 것 같은 음의 높낮이와 몸짓과 호흡이 돋보인다. 관객의 웃음소리조차도 짜여진 듯한 촘촘한 구성과 대본이야말로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병맛 공연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뒤, 후일담을 통해 해소하는 <졸탄극장>은 이런 탄탄한 짜임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코너. 언뜻 낯설고 독특한 이들의 개그가 어느덧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완벽하다 싶은 짜임새, 그리고 이를 소화하는 세 사람의 호흡이 있었다.
'졸탄'은 한국 코미디에서 팀으로 코미디를 이어나가는 정말 몇 안되는 팀 중 하나다. 자신들만의 확실한 개그 색깔이 있으면서도, '자가복제'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해나가는 팀이기도 하다. 특유의 병맛 코드로 인해 오랜 기간 활동했음에도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크지 않지만, 이따금씩 들고 나오는 그들의 개그에는 무릎을 치는 아이디어와 최고 수준의 짜임새, 그리고 여운이 남는 웃음이 언제나 가득하다. '졸탄'이 한국에 몇 안남은 개그팀으로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국 코미디의 작은 불씨를 간직해나갈 수 있는 팀으로 남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