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화면의 압도적인 몰입감
지금의 콘텐츠 시장에 가장 뜨거운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최준'이라고 하겠다. <한사랑산악회>와 <05학번이즈백>으로 몰카 일색이던 유튜브 코미디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던 <피식대학>의 새로운 재생목록인 <B대면 데이트>, 그 5명의 남자들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최준'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시점에도 '최준'은 콘텐츠 협업은 물론, TV와 광고 그리고 홈쇼핑까지 진출하며 높이 솟은 주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최준'을 탄생시키며 개성 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확장, 부캐놀이와 댓글놀이터의 적극적인 활용까지 해내고 있는 <B대면 데이트>는 콘텐츠 시장에 하나의 신드롬이자 코미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B대면 데이트>는 콘텐츠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공개 코미디와 여타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 익히 보아왔던 캐릭터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최준'의 경우, '리마리오'나 '준교수'와 같이 느끼함을 개그 코드로 활용했던 캐릭터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느끼남'이라는 캐릭터가 과거에서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고 '최준' 역시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마냥 그렇게만 바라보기엔 '최준'은 과거 '느끼남' 캐릭터들과는 분명 구분되는 신선한 차이점이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 하나가 바로 모바일이라는 콘텐츠 소비 환경,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로 화면의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B대면데이트>는 약간의 과장을 통해 보는이로 하여금 부담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들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 이들의 독특한 개성이 깊게 느껴질 수 있도록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였고, 세로화면 구성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유효했다. 세로로 뻗은 인체의 특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로화면은 콘텐츠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자 하는 분야(대표적으로 아이돌 직캠에 활용되곤 했다)에 최적이었다. <B대면 데이트>는 이런 세로화면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상통화' 형식을 선택했고, 이는 콘텐츠의 성공을 견인했다.
콘텐츠의 중심이 TV에서 유튜브, 틱톡 등의 뉴미디어로 넘어오면서, 이것이 소비되는 모바일 환경의 특성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잦았다. 세로화면은 레거시 플랫폼들과 비교하여, 모바일 기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캠과 라이브커머스 방송정도를 제외한다면 이렇다할 세로 콘텐츠의 발굴이 실패하면서, 세로화면의 콘텐츠적 효용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던 와중, <B대면 데이트>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것도 코미디로.
<B대면 데이트>의 성공요인과 장점은 수도없이 많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 으뜸은 단연 세로화면의 적극적이고 영리한 활용이다. 뉴미디어 시대의 코미디가 흥미로운 것은 이렇듯 화면비율과 댓글과 같은 플랫폼 자체가 콘텐츠의 일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아니 웃음 코드의 핵심이 되곤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콘텐츠들이 '모바일화'를 이야기할 때, 단순히 레거시 플랫폼의 콘텐츠를 모바일로 담아내는 것에 그치곤 한다. 모바일의 특성을 고려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모바일화'를 <B대면 데이트>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