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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Jan 30. 2021

사주에서 천생연분이라고 했기에

다섯 번째 이유

J

  어느 날, 어머님이 너와 네 궁합을 보고 싶어 하신다며 내 생년월일을 물어보며 넌 내 눈치를 살폈다. 옛날 사람들은 다 그렇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래도 설마 점쟁이가 눈치 없게 어머님한테 안 좋은 얘기를 할까 봐 걱정되었다. 말하지 못했지만 어머니 전화를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 네 웃음끼 가득한 얼굴을 보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뭐 몇 가지 부연이 붙긴 했지만 지금 서로 그리워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점쟁이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설마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어머니가 크게 연연하실 분은 아닌 것 알지만 그래도 좋은 말을 해 줬다길래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든 적어도 어머니 마음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어준 것도 사실일 테니까.


 별로 의미가 없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누군가가 우리가 사주팔자적으로도 잘 맞는다고 해준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긴 하다. 세상에 점을 봐서 천생연분으로 나오는 인연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도 했다.




S

  엄마의 오랜 친구 중에 철학관을 하시는 이모가 있었다. 엄마는 어느 날 내게 한 어플을 보여주며 친구한테 들어보니 사주라는 것은 생년 월시에 의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생년월일만 정확히 입력하면 사주 어플에서 나오는 내용도 기본적으로 틀릴 수가 없어 사주쟁이들도 공부하면서 이 어플을 참고한다는 것이었다.


 네 생년월일을 뭐냐고 슬그머니 물어보는 엄마에게 오빠와 확인하여 알려줄 테니 기다려달라고 말하며 엄마 휴대폰에 깔려있던 어플 이름을 기억해내 설치하여 내가 먼저 넣어보았다. 조금이라도 나쁘게 나오면 엄마에게 알려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주는 사주일 뿐이라고 했으면서 친오빠가 전 여자 친구와 사주궁합이 안 맞아 오래가지 못할 거라던 엄마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모든 어플에서 우리는 상호 보완해 가며 잘 살 팔자라고 했다.  


 점집에 다녀온 엄마는 입이 귀에 까지 걸리며 좋아했다. 철학관 이모가 말해준 사주어플의 진실은 얼추 맞는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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