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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Jan 30. 2021

우리 엄마가 널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에

여섯 번째 이유

J

  우리 엄마는 너를 많이 마음에 들어한다. 사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딱히 우리 엄마 말을 잘 듣는 사람은 아니다. 사실 그건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 엄마는 본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결혼 못 시키겠다고 드러눕고 그럴 사람은 아니긴 하다. 그래서 만에 하나 부모님들끼리 의견이 안 맞거나 하는 경우가 있대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실 덧붙여하는 말이지만 우리 부모님이 우리의 결혼에 있어서 어떤 반대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네 편을 들 것이다. 이건 우리가 결혼하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와 우리 엄마 사이에 그 어떤 갈등이 생긴다면 나는 무조건 네 편을 서서 중재할 것을 약속한다. 이건 단지 널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부부 생활을 위해서 응당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고 미리 하는 약속이기도 하다.


 




S

  사실 오빠와의 결혼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은 어머님, 아버님의 영향이 크다. 처음 만나 뵌 어머니는 우리 엄마랑 정말 많이 닮아있었다. 뭐 어떤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그냥 우리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어머님이 날 매우 예뻐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어머님이 너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었다면, 과연 한 번도 보지 못한 여자아이를 어머니가 그렇게 예뻐해 주실 수 있었을까?  뿐만 아니라 어머님은 오빠를 참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았다. 그 표현이 조금 서투를 뿐, 너도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그래서 당신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부단히 도 노력해온 것은 아닐까?


그리고 더욱더 나에게 결혼에 대한 확신을 준 것은 아버님이었다. 너와 어머니는 아버님이 지독한 괴짜라며 매번 질색을 하곤 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 분 같았다. 처음뵜던 날, 석사 공부를 하고 싶다는 나에게 무슨 공부가 하고 싶은지 물어보시던 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적잖히 당황했다. 내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나의 아버지는 내 곁에 있어주지 못하셨다. 그렇기에 그 사람은 내게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물어봐 준 적이 없다. 아버지란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내 얘기를 들은 친오빠가 네 아버님은 참 좋은 분인 것 같다고 했다.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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