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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Jan 30. 2021

너와 가고 싶은 곳이 많기 때문에

열세 번째 이유

J

  너와 한 번도 같이 멀리 떠나본 적이 없는 게 참 아쉽다.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많다. 밴쿠버에는 좋은 곳이 많지만 네가 여름에 밴쿠버에 오려면 같이 가려고 봐놓기만 하고 아직 가지 않았다. 이제 차도 샀으니 네가 오면 어디든 떠날 수 있다. 같이 그랜빌 아일랜드를 산책하고, 휘슬러를 오르고 오카나간이라는 곳에 있는 와이너리도 가고 싶다. 몇 시간 차를 타고 떠나면 좋은 온천도 있다고 하더라. 


 한동안 그러지 못했지만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이게 우리가 잘 맞는 또 다른 한 가지이기도 하다. 밴쿠버가 아니더라도 항상 너와 함께 여행하고 싶은 곳이 많았다. 추운 겨울 일본 어느 외딴 시골의 눈이 쌓인 노천탕에 함께 몸을 담그고 싶다. 지중해에서 지는 노을을 함께 보고 싶다. 몽콕의 야시장을 같이 수박주스 하나씩 들고 걷고 싶다. 파리의 멋진 미술관에 딸려 있는 카페에서 한 껏 멋 부리고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다. 캘리포니아의 여름 햇살을 함께 맞고 싶다.





S

  우리가 함께하는 여행을 상상하면 행복해진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돌면서 예약했던 비행기를 취소해야 했던 게 못내 아쉬웠다. 우리가 같이 이태원 길을 쭉 따라 정처 없이 걸으며 여기가 트랜스젠더 바라며 호들갑 떨었던 것과 송탄 미군 부대 앞에서 카페와 펍의 중간 쯤되어 보이는 곳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던 날이 기억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고 또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달았다.


 언젠가 우리가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을 갈 기회가 온다면 네가 좋아했던 파리 in을 하고 내가 아쉬움이 남았던 바르셀로나 out을 하자고 얘기했었다. 네가 잠시 머물었던 스위스도 좋을 것 같고 내가 잠시 머물렀던 샌프란시스코도 좋을 것 같다. 네 전 회사의 본사가 있다는 샌디에이고도 좋을 것 같고,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호주도 좋을 것 같다. 내가 공부를 했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한 중국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좋아하는 중경삼림 촬영지인 홍콩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어디든 너와 함께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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