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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Jan 31. 2021

내가 음식을 못 남기기 때문에

열여덟 번째 이유

J

  집에만 있는 김에 요즘 새로운 취미 비슷하게 요리를 시작했다. 사 먹는 게 비싸기도 하고 네가 오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미리 실력을 좀 키워놓는 차원에서 그런 것도 있다.


 그런데 어지간한 레시피는 다 이인분이 기본이다. 양을 아무리 적게 해도 만들다 보면 좀 많다. 먹고 배부르면 남기면 되는데 내가 또 그러지를 못한다. 치우기도 귀찮고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다 먹어치우곤 한다. 기껏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는데 다시 좀 찌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밖에서 사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남겨서 나중에 먹으면 먹었지 버리지를 못한다.


 그래서 음식을 같이 먹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너는 음식을 많이 안 먹으니 평소처럼 만들어서 나눠먹으면 딱일 것 같다. 음식 안남기는 것은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다. 


 물론 내 다이어트에 가장 좋을 것 같다.



S

   미안하게도 정말 솔직하게 네가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평생 잘생긴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내 친구들은 네가 듬직하게 생겼다고 했다. 무슨 뜻을 내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뢰의 아이콘처럼 생겼다나. 난 항상 똑똑하고 자신의 방향을 알며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남자가 좋았다. 그런 사람들은 항상 뒤에서 후광이 나곤 했고 잘생긴 것은 잠시라면 이 후광은 평생 빛이 나는 것 같다.


 너도 그렇다. 항상 그렇진 않지만 가끔 진지하게 얘기하는 네 등 뒤에서 빛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땐 네 날카로운 눈빛도 매력적이고, 늘 뚱뚱하다고 놀리는 네 체격도 그렇게 든든할 수 없다. 넌 자기 관리를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번번이 실패하면서 그게 새 모이만큼 먹는 내 탓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 필요성을 잘 아는 네가 멋져 보인다. 


 그래서 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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