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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Jan 31. 2021

하루하루 마음 졸이는 게 힘들기 때문에

열아홉 번째 이유

J

  이렇게 떨어져서 보내는 관계가 언제까지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늘 걱정과 불안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얘기할 시간도 줄어들며 서로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을 느끼는 것과, 관계가 상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게 내게는 너무도 속상한 일이다. 특히 이 망할 코로나 시국을 맞이해서는 더욱 그렇다. 마음 같아서는 한 두 달에 한 번씩은 어떻게든 너와 함께 주말을 보내고 싶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게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 속만 태우는 때가 많다. 내게도, 네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마음 졸일 때가 많다. 다른 남자가 혹시라도 너한테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닐지, 그럴리는 없겠지만 너도 혹시 외로운 나머지 훅 넘어가 버리는 것은 아닌가. 너도 힘들어서 이젠 다 그만하고 싶어 지는 것 아닐까. 너를 믿지 못해서기 보다 그만큼 걱정이 많다. 그게 하루하루 큰 불안이 되어서 나를 조금씩 채워가는 것 같다.


 자신감 없는 얘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긴 기간 동안 우리 사이에 생긴 사소한 오해들과 소통의 줄어듬은 우리의 관계에 작은 생채기들을 낼 거고 떨어져 있는 동안 그렇게 생긴 커다란 균열로 변할지도 모른다.


 불안이 커져가는 게 단지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다. 마음 졸이며 보내는 하루가 아니라 서로가 있어서 어떤 일에도 안심이 되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S

 넌 내게 다른 남자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으며 네 여자 친구는 주말엔 혼자 카페에 박혀서 공부하고, 가끔 있는 모임도 네가 다 아는 친한 친구 몇몇 과의 만남이며, 밤 9시면 잠을 자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그렇게 우리 관계에 자신이 없냐며 핀잔을 주곤 했다.


 네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돌아가던 공항에서, 너는 우리 앞 줄에 서있는 나보다 몇 살은 어려 보이는 여자 아이를 가리키며 너와 함께 밴쿠버에서 일하는 동료직원이라고 하였다. 넌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한 인싸라는 얘기를 내게 해주었다.


 그 날 저녁,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난 괜찮으니 앞으론 이렇게 고생스럽게 한국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여자아이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착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네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접근 하진 않을까 혼자 별의별 상상을 하면서 혼자 우울했지만 네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알 수 도 없고 또 어떻게 할 수 도 없다는 사실은 좀 속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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