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내용은 책 전체의 주제를 논하는 평론이 아닌,
어디까지나 글에 영향을 준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발췌한 것입니다. 그러나 책의 주제와 동떨어진 발췌를
가져오지는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25페이지~26페이지 중
그녀는 매우 좋아한다거나 경멸한다, 혐오한다 같은 격정적인 어휘들을 사용했는데, 마치 자신을 규정하는 다섯 가지 포인트, 자기 초상화의 다섯 가지 특징을 한 발 한 발 옹호하기 위한 다짐 같았다.
...(생략)..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우리 자신의 눈에 인간 원형의 단순한 한 변이체로 비치지 않고, 상호 교환이 불가능한 고유의 본질을 지닌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 에리히 프롬 | 김영사 - 교보 ebook
70페이지 중
'자신을, 자신의 호불호를 타인에게 투영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과 감수성, 매우 높은 객관성이 필요하다. 그에 더에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겐 바로 그 집중력이 부족하다. 바쁘기 때문에, 동시에 모든 것을 하려고 들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집중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되었다, '
1. 나의, 나를 의한, 나를 위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구태여 무언가를
취향화하지 않는다.
일정 정도는 주는 대로 먹고, 호텔에 있는 샴푸로도
머리를 감아보고, 그냥 이것저것 입어본다.
자연스러운 호불호가 생기는 것은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것에 취향이라는 도장을 찍어내진 않는다.
그렇게 서서히 걸어놓은 갈고리를 빼기 시작했다.
일종의 취향 미니멀리즘 단계를 밟는다.
취향이란 '나'를 중심으로 외부의 것을 끌어들여
명명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동인은 '있어 보이는 것'이었다.
나를 꾸밀 것들.
촌스럽고 또한 변명도 못하게 정말 촌에서 왔고
너무나 정신없는 서울에 나를 숨기기 위한 것들.
그것이 바로 나에게는 '취향'이었던 것이다.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수집하듯 모아왔던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마주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평가한다.
감상을 하기도 하고 어떤 감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취향도 이런 평가의 일부이다.
그렇기에 취향을 저감하겠다고 해서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순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
감상이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들을 제치고
'나'를 우선으로 올려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지키고 싶었고, 꾸미고 싶었던 '나'라는 건
따로 동떨어지고 구별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수한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조금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무수한 영향을 알기 어렵다.
일단은 자아가 더 쉽게 보이고 분명하다.
그리고 분명하고 구별되는 자아는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은 덜 무서워져서인지,
이제 그 중심에 나를 놓고자 하는 충동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그리하여 외부의 것들이 나에게 주는
영향을 느끼고, 즐기면서 동시에,
취향으로 삼기 위해 내쪽으로 끌고 오지 않는다.
어찌보면 나를 위한 존재가 아닌,
그저 그 존재 자체로 둬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