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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르찌르 Jan 12. 2019

15. 꿈꾸고, 행복하고, 꼰대돼라

좋음과 나쁨, 선과 악은 다르다. 198만원짜리 아이폰 신제품은 좋은 것이지만, 선한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만든 아이폰 모조품은 나쁜 것이지만, 악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뜻이 다른데도 흔히 섞어서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행복'과 '편안'도 그렇다. 지금의 20대는 소확행 홧김비용 시발비용 탕진잼 등의 이름으로 충동소비를 하고, 관계의 가심비로 인간관계를 단절한다. 깊은 고민 없이 퇴사하고, 현실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 이는 편하고 걱정 없는 상태를 말하는 편안이지 행복이 아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건 '지금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의 편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는 행복이라고 바꿔 말한다. (참고 14편 <왜 나만 행복하지 않을까>



명품백을 사서 느끼는 즐거움과 인간관계를 피해 얻은 단절의 안락함은 짧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명품백을 사고 인간관계를 피하는 것으로는 즐거움이나 안락함을 느끼기 어렵다. 더 큰 자극이나 극단의 회피가 필요할지 모른다. 지금의 20대는 일시적인 안락함이나 즐거움을 위해 찬란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 안타깝다.

     

밀레니얼 첫째가 긴 말로 20대에게 잔소리를 퍼부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둘째들이 진짜 행복해지길 바라서.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삶에 대한 만족에서 찾아온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 갑자기 닥쳐오는 감정이 아니라 일과 사랑, 건강 등 다양한 삶의 분야가 안정될 때 느낄 수 있다. 복권 1등 당첨자가 기뻐하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그들의 결말이 꼭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20대는 일하고 사랑하고 계획하며 삶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순간순간의 편안을 행복이라 착각하고 이 과정을 가볍게 지나친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기반이 없는 삶은 결국 무너진다는 것을 말이다. 

   


당장 허리띠를 조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그 첫 번째 발걸음은 '내일을 꿈꾸는 것'으로 충분하다. 저성장 사회에서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렵다면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 있다. 내일의 자신을 꿈꾼다는 건 현재에 충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희망하고 계획하는 과정에도 행복은 자리하고 있다.

 

"네 꿈은 뭐니?"


주변에 어린이가 있다면 한번 물어봐라.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자. 그 시절의 우리도 똑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장래희망이었지만, 미래를 꿈꿀 때 우리의 눈빛은 반짝였고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는 꿈을 꾸며 희망을 가졌고, 그 희망은 우리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사회에 나온 어른이들은 일상에 매몰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게 된다.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입은 굳게 닫힌다.

 

20대는 아직 이르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이고, 여전히 꿈꿀 수 있는 어린 나이이다. 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이 빛나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 내일의 즐거움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마음껏 사랑하며 같이 있는 미래를 떠올릴 때 설레는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다. 또 지금 주어진 일에 몰두하며 가슴 뛰는 보람을 느껴봤으면 한다.



50대 부장의 한마디에 화장실로 달려갔던 밀레니얼 첫째는 사회생활 10년 차의 신(新)꼰대가 됐다. 이다음 차례는 밀레니얼 둘째, 지금의 20대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 20대의 동생들은 더욱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 이때는 지금의 20대가 꼰대로 변신해 동생들이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먼저 경험한 앞선 세대의 조언과 충고는 그 아래 세대가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힘이 된다. 아래 세대인 동생이 아픈 것은 집안, 즉 우리 사회가 흔들리는 일이기에 앞선 세대가 아래 세대를 이끌어주는 것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관습과도 같다. 언제 어디에나 꼰대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20대가 동생들에게 잔소리할 수 있으려면 삶의 기반을 다지고 행복을 느껴봐야 한다. 이를 경험해 봐야 꼰대의 자격이 주어진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고 하지 말고, 이왕이면 내일을 꿈꾸며 지금 주어진 시간에 충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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