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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May 21. 2021

선생님의 품위가 대체 뭐길래.

보통의 교사가 혁신학교에 발령났다.

  남몰래 좋아했던 교사 유튜버가 사표를 냈다. 유튜브에서 엿보이는 그녀의 가치관이 올곧아 내 아이의 담임교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참 아쉽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그녀 덕에 코로나로 첫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녀의 노래 <반가워>를 bgm삼아 환영했었다. 작년 스승의 날 발표한 <우리도 꿈을 꾼단다>는 몇 번이나 돌려 들었는지 모른다. 선생님도 멈추지 않고 여전히 꿈을 꾼다고, 아이들에게 매일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면서 살고 싶었는데 그녀가 노래로 표현해주었으니. 그녀 덕에 교사라는 직업이 한결 다채로워져서 좋았다.


음악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던 그녀라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하려는가 했다. 하지만, 유튜버도 잠시 쉬고 교사를 지속하기 위해 공무원을 내려놓는다는 그녀의 말에 한동안 멍했다.


"공무원을 그만둔다고?"



교사로서 가장 큰 복지가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연금은 이미 턱없이 줄어들어 젊은 교사들에게 큰 메리트가 없다.) 그 든든함 덕에 철밥통이라 욕먹지만, 한편으로는 똑똑한 젊은이들이 교대와 사범대를 지망하지 않았나. 그런데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가르치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 그 안정감을 버린다는 그녀의 말이 너무 멋있었다. 지나치게 멋있었다. 그래서 슬펐다. 진짜 교사로서 진정성을 보이려면 돈에는 무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 사람들의 이목에 진 것 같아서. 교사 유튜버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봐 유튜브 광고도 부쩍 조심했다던 그녀였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남다른 선생님의 표본이었다. 학생들에게는 연예인만큼 반짝 거렸고, 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꿈꾸게 만들었다. 그녀의 가사는 보통의 선생님에게도 공감을 받았으니 개량한복을 입고 텃밭을 일구는 괴짜 선생님 그 이상이었다. 감동 사연 말고도 남다름 만으로 뉴스에 등장했던 교사였고, 강연프로그램에서 가치관을 말할 수 있던 선생님이었다. 당당하게 음원 수익도 내고, 광고 수익도 받아서 래퍼 도끼처럼 돈 플렉스 해도 그녀라면 욕 안먹고 공감받게 행동할 지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몰래 응원하던 젊은 그녀는 2021년 스승의 날, 작은 월급조차 포기했다.    



현직교사가 부동산 투자 강연을 했다가 신고 당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겸직허가에 대한 절차위반을 넘어서서 "교사가 투기를 조장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게 뉴스와 댓글 비난의 요지인 걸 보고 적잖게 놀랐다. 21세기 사회는 노동보다 자본이 더 큰 돈을 버는 시대라고 피케티교수가 말했다. 놀이터 벤치의 담소에서도 각종 재테크 비법에 대한 경제가 화두인 이 세상에서 투기의 정의는 항상 께름칙했다. 일상 대화 속 맥락에서는 많이 벌면 투기, 적게 벌면 재테크로 쳐주는 느낌이라. 부동산 경매법에 대해 강의하는데 교사 직위가 쓰인 것도 아니고,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부동산 투자 강연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교사가 투기를 조장하느냐고 비난받아야 했을까. 엄밀히 따지면 부동산 경매법은 교사 개인 시간을 할애한 자기계발인데 말이다. 자기계발로 인해 부업에 소홀했다고 비난받으면 모를까 참 이상했다. 재밌는 건 같은 선생님들도 뉴스를 보고 그녀를 비난한다는 거였다. 그녀의 근무 태만을 나만 빼고 다 아는 걸까.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unsplash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응당 ~해야한다는 기준이 참 많다. 옷을 입을 때도 교사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하고, 취미생활을 사진찍어 올려도 교사로서의 품위를 걱정해야 한다. 품위가 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의 취미도 직업이 교사라 하면 "선생님도 이런걸 하네요"하고 한번 더 보게 되니 그 시선이 무거운 건 분명하다. 선생님을 떠올리면 어쩐지 무난하고 어디에 내놔도 튀지 않는 분위기의 어른들이 생각나는 건 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살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12년차 교사인 나도 남다르고 싶었지만 타 직군의 친구들을 만나면 "선생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비슷해졌나보다. 치. 



 나의 아이들이 만나는 선생님이 다양했으면 좋겠다. 세상의 빛과 소금같은 어른들도 있고, 무지개 같은 어른들도 있고, 별나디 별난 어른들도 있지 않은가. 한 해 한 해 만나는 선생님의 영향이 지대한 만큼 비슷한 사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친절한 선생님에게는 따뜻하게 엉길 수 있고, 엄한 선생님에게는 규율을 배운다. 여행을 좋아하던 선생님이 보여줬던 여행 사진들과 그 일화가 생각난다. 반주를 잘하던 선생님은 어떤 음악이든 화음 맞추는 법을 보여주었고, 청소를 강조하던 선생님께 정돈된 생활습관을 배웠다. 싸우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 참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튀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 묻어가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학교에서 만나는 어른의 모습이 정답이 아니더라도 내가 언젠가 겪을 시행착오를 먼저 겪는 것이라 생각하면 배울 점이 있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나처럼 살아~"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몇년 전만 해도 방학 때 교사들 놀면서 돈받는다고 비난받는 것이 힘들었다. 처음엔 사정을 몰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방학 때 놀기만 하는 건 아니라고 방학에는 교사 연수일정이 있고, 아이들은 안나와도 교사는 출근하기에 실제 즐길 수 있는 방학은 보통 회사원의 연가일수보다 더 적거나 비슷할 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 이상했다. 다른 직업은 한달여간의 휴가, 유연출근제, 각종 복지혜택을 자랑하는데 교사는 방학 때도 일하는 걸 자랑하는 것이. 간혹 휴가를 보내면서 #즐거운방학 태그를 달기라도 하면 같은 선생님끼리도 그런 태그 왜 달아서 긁어부스럼을 만드냐며 뒷말을 듣기도 한다. 나도 나의 직업이 좋다고 자랑하고 싶은데 말이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니 슬펐다. 매일 고생하는 모습이 나의 아이들에게 멋있어 보일 것 같지는 않은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퇴근 후 일하는 것을 자랑삼아 말하는 것을 관두게 되었다. 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되 휴식을 즐기는 어른이 될거다. 내가 동경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오늘의 불금은 맥주와 함께 글을 쓰며 신나게 보낸다.  

그녀의 음악 <우리도 꿈을 꾼단다>를 배경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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