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테카 호커센터
호커센터는 싱가포르의 개방형 푸드 코트입니다. 호커센터에서 만난 싱가포르를 글로 남깁니다.
665Buffalo Rd #01-297 S210665
싱가포르에 인디언이 있다. 이 문장에서 인디언은 말 타고 벌판을 달리는 추장이 아니다. 우리가 한자로 읽는 인도의 영어식 명칭이 인디아며, 싱가포르에서 인디언은 인도계 사람을 의미한다. 한편 콜럼버스가 이름 붙인 사람들은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라 불린다.
싱가포르에는 인디언이 많다. 공용어에서 알 수 있듯, 싱가포르에는 대표적으로 중국계, 말레이 그리고 인디언 세 민족이 있다. 나라가 만들어지기 전 19세기부터 인디언의 이주가 시작되었다니 싱가포르에 인디언이 많은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해외 중국인이 차이나타운을 세우듯, 인디언들은 싱가포르에 리틀 인디아라는 그들만의 구역을 만들기도 했다.
하루는 친구에게 싱가포르에서 인디언 문화를 처음 접했다 하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란다. 그 말인 즉 싱가포르에 있는 인디언 문화가 인도 본토의 문화와 다르기 때문이다. 본토에 가보지 못해 단정 짓긴 어렵지만, 내 경험상 싱가포르에도 인도가 있다.
앞서 말한 리틀 인디아에서 인도를 만났다. 골목 이곳저곳을 오가다 보면 영화 ‘세 얼간이’에서 볼 법한 큰 눈과 새까만 머리카락의 인디언 싱가포리언들이 있다. 종교적 이유 때문인지 단순한 선호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르지만 남녀 가리지 않고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다. 싱가포르는 전반적으로 호객 행위가 적은 편이나 이곳은 이름부터 인디아라 그런지 사뭇 다르다.
힌두교 사원을 발견할 때쯤이면 여기가 싱가포르인지 인도인지 헷갈릴 것이다. 형형색색 장식들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신인지 사람인지 모를 조각상들이 눈을 부릅뜬 채 사원 외벽에 둘러앉아있다. 이곳은 맨발로 들어가야 하며, 노출을 삼가야하는 엄연한 종교 시설이다. 피부색이 짙은 인디언 싱가포리언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드나들고 있었다.
낯선 문화를 느끼는 쉽고 빠른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이다. 인도를 알고 싶다면 인도 음식부터 먹어야 한다. 믿거나 말거나 내게 처음 인도 음식을 소개해준 싱가포리언 친구에 따르면, 리틀 인디아 구역에 있는 인도 음식은 모두 중간 이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이때 맛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인도스러운’ 분위기까지 함께 느끼고싶다면 테카 호커센터를 가야 한다.
테카 호커센터는 리틀 인디아 MRT역 바로 옆에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말 그대로 작은 인도가 펼쳐진다. 호커센터에 중국계나 말레이보다 압도적으로 인디언이 많다.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는 사람들을 보니 많이들 식기 대신 손을 사용한다.
테카 호커센터를 누비며 실컷 인도 음식을 구경했다. 그중 Pak Kashimiri Delights라는 스톨에선 화덕에 일일이 밀가루 반죽을 굽고 있었다. 오래되어 낡은 화덕이 얼핏 보기에도 믿음직스러웠다. 갓 구운 빵을 기대하며 기본 메뉴인 난과 차파티에 치킨 커리를 함께 시켰다.
인도 음식 중 커리에 주로 곁들여 먹는 빵(Roti)으로 난, 프라타 그리고 차파티가 있다. 셋 다 밀가루로 만든 빵이지만 조금씩 다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난은 본디 탄두리 화덕에서 구워내는 빵을 의미한다. 프라타는 납작하다는 뜻으로 밀가루 반죽을 눌러 불판에 구워 만든다. 차파티는 가장 얇고 기름기가 없어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치킨 커리를 주문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커리만 나왔다. 커리를 시켰을 때 이런 황당한 경우가 가끔 있다. 열심히 고깃덩어리를 뒤져도 몇 점 나오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커리 소스에 빵을 직접 찍어 먹는데, 이게 또 반전이다. 걸쭉한 소스의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내가 알던 커리 맛과 다르다. 단순한 소스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찾는 인도 음식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손가락에 커리를 묻혀가며 먹다 보니 고기 몇 점 부족한 건 어느새 큰일이 아니었다.
음식을 먹을 때면 으레 식사 분위기의 영향을 받곤 한다. 비빔밥을 전주까지 내려가 먹는 이유는 유달리 맛있어서라기보다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테카 호커센터의 인디언 싱가포리언들 사이에서 뜨거운 난을 호호 불며 손으로 뜯는 것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경험이다. 인도에 직접 가는 데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곳이라면 ‘살짝’ 인도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