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커센터 다이어리

7. 촘촘 호커센터

by 장현석

호커센터는 싱가포르의 개방형 푸드 코트입니다. 호커센터에서 만난 싱가포르를 글로 남깁니다.



20 Kensington Park Rd, Singapore 557269


싱가포르의 밤은 일 년 내내 따뜻해 야외 활동하기 좋다. 밤늦게까지 나가 놀다 보면 늘 그렇듯 배가 고프다. 그래도 걱정할 게 없다. 싱가포르에는 어딜 가나 서퍼 플레이스Supper place가 있기 때문이다. 서퍼 플레이스는 싱가포리언이 즐겨 쓰는 말로 야식 먹는 식당을 의미한다.


서퍼 플레이스에 호커센터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야간에도 열리는 몇몇 호커센터는 언제나처럼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며 배고픈 이들을 유혹한다. 이곳에선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를 끄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동네 마실 나온다는 표현이 그들에게 딱 어울린다.


촘촘 사진1.jpg 한낮의 촘촘 호커센터


최근 들어 이전만 못하다는 평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촘촘 호커센터는 싱가포르 최고의 서퍼 플레이스들 중 하나로 꼽힌다. 음식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곳은 서퍼 플레이스로서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건너편의 24시간 운영하는 인디언 식당을 비롯해 가까이 음식점과 펍이 여럿 있어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굳이 단점을 들자면 촘촘 호커센터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 가장 가까운 세랑군 MRT 역에서도 제법 멀다. 버스를 갈아타기도 번거로워 도통 갈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야식을 먹으러 가자고 문자를 보내왔다. 중간고사 이틀 전날이었다. 밤 10시에 몰래 아빠 차를 몰고 나온 친구와 촘촘 호커센터로 향했다.


큰 개를 끌고 나온 코케이시언, 작업복을 입은 중국계 노동자 등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사람들이 작은 호커센터에 바글거렸다. 실내는 물론이고 야외 테이블까지 자리가 모두 차있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늘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우리 또래도 꽤 많았는데 대부분 학생으로 보였다. 시험공부를 하던 중 배가 고파 나온 듯했다.


호커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연기가 환영 인사를 건넨다. 본능적으로 불냄새에 이끌리고 타오르듯 식욕이 동한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니까 내일부터 시작해도 되겠지, 어느새 익숙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호객하는 스톨들 주변을 한 바퀴 돌 때쯤엔 무얼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촘촘 사진4.jpg 오이스터 오믈렛은 내 취향이 아니다


촘촘 호커센터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며 친구가 오이스터 오믈렛을 주문했다. 해산물을 안 먹는 내게 굴은 도전의 대상이었다. 굴을 피해 계란부터 떼먹는데 익숙한 장맛이 난다. 이 한국적인 맛은 뭘까 궁금해하며 굴을 떠 입에 넣자마자, 짠맛과 비린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비린맛은 괜찮았지만 지나치게 짠맛에 더는 먹을 수가 없었다. 선심 쓰듯 남은 오이스터 오믈렛을 친구에게 미루곤 다른 음식을 주문하러 나섰다.


촘촘 사진2.jpg 직화구이의 풍미가 느껴진다


직화구이 닭고기는 호커센터에서 흔하디 흔한 메뉴다. 한때 ‘치느님’은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종교를 막론하고 모두가 먹는 평화의 상징이란 농담이 있었다. 싱가포르에 와보니 꼭 맞는 말이다. 닭은 누구나 먹고 모두가 좋아하는 고기다. 스톨 안에 설치된 불판에서 직화로 닭날개와 닭봉을 굽는데, 도무지 싫어할 수가 없게 만든다. 갓 구워 기름이 자글거리는 닭고기에 라임을 살짝 뿌리면, 맛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닭고기는 얄미울 정도로 맛있다.


촘촘 사진3.jpg 모두에게 사랑받는 치느님


나도 한국인은 한국인인가 보다. 닭을 먹을 때면 늘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운전하는 친구는 슈가 케인 주스를 주문하고 나는 맥주를 시켰다. 싱가포르에서는 타이거 맥주다. $6.5면 5000원이 넘으니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현지에 나름 적응했는지 싱가포르 술값이 그러려니 싶었다. 도로 건너편 술집에서 이만큼 먹고 마셨으면 아마 세 배쯤 가격이 나왔을 것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했다.


촘촘 사진5.jpeg S1$가 약 850원이니, 술값이 비싸긴 비싸다


가벼운 지갑을 들고 와도 야식에 맥주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호커센터다. 밤의 촘촘 호커센터에선 배가 불러서일까 모두들 행복해 보인다. 덩달아 신이 난 나머지 그날 시험공부도 잊은 채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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