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뱃사공 <다와가>
하나, 증명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 둘, 좋아보여야만 믿는다. 그래서 트렌드가 '플렉스', 속칭 돈 자랑인가 보다. 여기에 대고 안빈낙도를 추구하겠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둘 중 하나다. '멋있는데?' 혹은 '너 정말 없구나!' 우리 모두 집에 있는 금송아지를 데리고 나와야 할 때다.
이미지가 진정성을 앞섰다.
이 시대 안빈낙도를 추구하는 래퍼가 있다. 뱃사공을 쇼미더머니가 한국 힙합만큼 크던 2016년 처음 들었다. 그는 익살스러운 동네 형이었고 동시에 경제적으로 모자라도 꿋꿋이 자기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였다. 매체 인터뷰를 할 때면 종종 쇼미더머니와 출연자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를 가감 없이 밝혔다. 그렇게 보란 듯이 고집을 지켰고 그만의 음악을 만들었다. 그의 행보는 2019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을 비롯해 많은 팬의 찬사로 꾸준히 응원받고 있다.
그런 뱃사공이 2019년 하반기 유튜브 채널 딩고에 출연하고 있다. 딩고는 네이버와 협력하고 (아마도 출연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쌀) 힙합 레이블 대표들을 한 데 모아 시리즈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사다. 작년 쇼미더머니 시청률과 딩고의 약진으로 미루어보건대, 현재 영향력은 딩고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쇼미더머니라는 시스템과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출연자를 비판하던 래퍼는 딩고에 출연해 <월 300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콘텐츠화하고 있다.
딩고는 진짜고 쇼미더머니는 가짜란 말인가. 물론 그럴 수 있다.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 보다 많은 인원이, 많은 인원을, 많이 찍어 남기는 TV 방송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 자유도를 제한하기 위해 유튜브 콘텐츠에 비해 필연적으로 편집이 많다. 또한 다회차로 진행되며 드라마를 끌어내야 하는 TV 방송은 작가의 각본이 보다 강력히 요구된다. 이들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쇼미더머니에 대한 그의 과거 '진정성 비판'은 다소 어색하다.
팬들은 <월 300의 사나이>의 뱃사공이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우중충한 강당 어딘가 서있는 뱃사공보다 진짜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그럴 수 있다. 아무래도 유튜브 콘텐츠는 생활밀착형 기획이니까.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해온 비판의 요점은 쇼미더머니 출연자는 껍데기만 남고 그 진정성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현재 그 역시 대중음악 아티스트로서 이미지를 판다. 홍보를 하려면 뭐라도 드러내야 한다. 딩고에 출연하는 2020년 뱃사공은 그가 도매금으로 비판하던 쇼미더머니 출연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캐릭터가 '영 앤 리치'든, '가난한 음악가'든 본질이 아니고 이미지이기는 매한가지다. 어느새 뱃사공도 가난한 음악가의 인상이 강해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일종의 결이 생겼다. 오늘 대중이 열띠게 응원하는 가난한 음악가 캐릭터가 도리어 그를 삼킬 날이 올 것만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진정성 역시 이미지에 가려지고 있다.
기실 이는 매체가 보여주는 개인의 이미지가 개인 본질을 잡아 삼키며 벌어지는 현상이다. 쇼미더머니든, 딩고든, 라디오스타든 우리는 캐릭터로부터 이미지만 받아들인다. 아무도 뱃사공이 어떤 사람인지, 그를 제외하곤 심지어 그의 어머니조차 모른다. 대신 캐릭터를 향해 우리는 진정성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질 뿐이다. 이는 어떻게도 증명될 수 없는 믿음이다. 얼토당토 않지만, 뱃사공을 떠올리며 그가 카메라 빨간 레코딩 표시가 꺼지고 홀로 스튜디오로 돌아가 스스로를 다그치며 가사를 쓰는 모습을 그리는 식이다.
최근 뱃사공의 앨범 <기린>을 들었다. 트랙 <다와가>는 자신이 믿는 멋을 좇아온 그가 곧 바라던 위치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그의 바로 이전 싱글 <레인보우>와 주제가 이어지는데, 이는 오래전 뱃사공 앨범의 트랙 <나 사랑하는 것과(흘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쨌거나 한결같은 아티스트라 다행이다. <다와가>에는 인상 깊은 가사가 있다.
F*** You 날렸던 쇼미 심사 제의
솔직히 했지 고민
어쩜 모든 게 다 쓸데없는 고집
근데 그걸 버리면 난 뭐지
고집을 버려도 캐릭터와 별개로 어떤 진심이 있을 것이다. 진심이 있다고 기꺼이 믿고, 변명하겠다. 아직 듣고 싶은 뱃사공의 음악이 많다.
2020.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