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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May 21. 2023

#24 풋풋하다

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Sonny Rollins 소니 롤린스

<Saxophone Colossus>


풋풋-하다 「형용사」 풋내와 같이 싱그럽다.



젊어서 좋겠다.


젊다는 말은 으레 타인을 향하는데 이땐 어쩔 수 없는 부러움이 있다. 시절을 지나쳐 온 이들에게 언제나 미련과 아쉬움으로 남는 게 젊음이다. 남들만 겪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귀한 줄 모르고 넘어간 날들을 두고 우린 청춘이라고 부르나 보다.


어떤 젊음은 영원히 기억된다. Saxophone Colossus, 즉 색소폰 거상(巨像)이라는 제목이 범상치 않다. 아래서 올려보는 탓에 위압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인물 사진은 푸른 색조를 잔뜩 입혀 신비감을 더한다. 이쯤 되면 청년의 비대한 자아와 자기애가 의심스럽지만 여기엔 누구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작곡 역량과 연주력이 있다. 스물여섯 살의 소니 롤린스가 색소폰으로 기록한 젊음 <Saxophone Colossus>다.



테너 색소포니스트 소니 롤린스는 56년작* 앨범 <Saxophone Colossus>에서 자유분방하고 원기왕성한 하드밥 스타일 블로잉을 선보인다. 그가 뽑아낸 색소폰 소리는 순수한 에너지로 가득한데 특히나 서정적인 멜로디의 발라드 <You Don’t Know What Love Is>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힘이 엿보인다. 천천히 말해야 할 순간에 조급해진다고 할까. 피아니스트 토미 플라나건은 이따금 자기주장 강한 색소폰에 본인도 모르게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1,3,5번 트랙은 소니 롤린스 작곡이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흥이 차오를 것이다. 1번 트랙 <St. Thomas>에는 춤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칼립소 리듬과 한 번 들어도 흥얼거릴 수 있는 캐치한 멜로디가 있다. 하이라이트라면 역시 아찔한 드럼 솔로 뒤에 터지는 소니 롤린스의 연주일 텐데, 야생 종마 같은 에너지만큼 따라오는 피아노를 위해 여백을 남기는 위트가 흐뭇하다.


4번 트랙 <Moritat>는 청춘을 위한 송가처럼 희망찬 멜로디로 가득하다. <서푼짜리 오페라>에 삽입된 이 곡을 소니 롤린스는 워킹 베이스 위로 매끈하게 전진하는 색소폰과 피아노를 올림으로써 당차게 표현해 낸다. 마지막에 주제부로 돌아와 여유롭게 마무리하는 소니 롤린스의 연주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포근한 바람처럼 한없이 가뿐하고 자유롭다.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별이 되었지만, 1930년생 소니 롤린스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영원한 테너 색소포니스트 라이벌 존 콜트레인이 1967년에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긴 시간이다. 언젠가 소니 롤린스도 유유히 작별을 고하겠지만 그의 20대 열정 가득한 앨범은 모두에게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빛나는 젊음이다.




* 앨범 <Saxophone Colossus>는 1956년에 제작되었지만 1957년에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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