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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까스 Mar 25. 2023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단상)

* 부 래들리 같은 사람의 생활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현대에는 그런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그게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 그래도 그 생활을 존중해주어야 할까? 공동체의 가치는 무엇인가.


174P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물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200P


"아빠, 아빠가 잘못 생각하시는 거예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음,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213P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 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 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 분이셨단다."





301P


"저 애가 바로 그런 애야." 오빠가 말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흑인 같아 보이는데." 딜이 물었습니다.

"어떤 때는 알 수 없어. 그들이 누군지 알지 못하면 말이야. 하지만 저 애에겐 분명히 레이먼드 집안 피가 절반은 섞여 있거든."

"하지만 내 말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냔 말이지." 내가 물었습니다.

"스카웃, 말해 줬잖아. 그들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고."

"그런데 우리가 흑인이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

"잭 핀치 삼촌 말씀으로는 그건 정말 모르는 거래. 핀치 집안 족보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진 분명히 흑인이 아니지만, 구약 성서 시대에 에티오피아에서 직접 피를 물려받았을 수도 있다는 거지."

"우리 집안이 구약 성서 시대부터 내려왔다면, 그건 까마득히 먼 얘기라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빠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선 흑인 피가 단 한 방울만 섞여도 흑인 취급을 받아. 아, 저기 좀 봐."





377P


"그녀는 백인이었고, 한 흑인을 유횩했습니다. 그녀는 우리 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한 겁니다. 흑인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나이 많은 삼촌에게 키스를 한 게 아니라, 건장하고 젊은 흑인에게 키스를 한 겁니다. 그녀가 그 규범을 깨뜨리기 전에는 아무런 규범도 그녀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그 규범은 용암처럼 쏟아져 흘렀던 겁니다."





380P


"하지만 이 나라에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도록 창조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라면 거지도 록펠러와 동등하고, 어리석은 바보도 아인슈타인과 동등하며, 무식한 사람도 어떤 대학 총장과 동등한 하나의 인간적인 제도가 있지요. 배심원 여러분, 그 제도가 바로 사법 제도입니다. 그것은 미국의 대법원일 수도 있고, 이 앨라배마 주에서 가장 말단의 치안 재판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배심원 여러분이 지금 수고하고 계시는 이 법정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법원은 인간의 다른 제도가 그러하듯 나름의 결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우리의 법원은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어 버리는 위대한 제도입니다. 우리의 법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습니다.





418P


"아빠가 말씀하시기를, 고모가 그렇게도 집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 이름으로 물려받은 돈은 한 푼도 없고 갖고 있는 것이라곤 가문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거야."





420P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마침내 오빠가 입을 열었습니다. "네 나이 때는 말이야.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 있다면, 왜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까? 그들이 서로 비슷하다면, 왜 그렇게 서로를 경멸하는 거지? 스카웃, 이제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왜 부 래들리가 지금까지 내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말이야, 아저씨가 집 안에 있고 싶어 하기 때문이야."





444P


아빠는 자유인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톰 로빈슨의 목숨을 건져 주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비밀의 법정에서는 아빠도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톰은 메이엘라 유얼이 입을 열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바로 죽은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509P


"변호사님, 전 별 볼 일 없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엄연히 메이콤 군의 보안관입니다. 그리고 밥 유얼은 자기 칼 위로 쓰러졌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변호사님."

테이트 아저씨는 쿵쿵 현관을 걸어 내려가 앞마당을 가로질러 가셨습니다. 자동차 문을 쾅 하고 닫은 뒤 차를 몰고 가버리셨습니다.

아빠는 오랫동안 마룻바닥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맟미내 고개를 드셨습니다. "스카웃, 유얼 씨는 자기 칼 위로 넘어졌어. 이해할 수 있겠니?"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아빠는 기운을 내실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빠한테 달려가 껴안고 있는 힘을 다해 입 맞춰 드렸지요. "물론이죠, 아빠. 전 이해할 수 있어요. 테이트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 내가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아빠는 팔을 푸시고는 나를 쳐다보셨습니다. "이해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

"글쎄, 말하자면 앵무새를 쏴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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