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유

슈독 - 필 나이트

위험 중독자에게 결승선(finish line)은 없다

by 동까스

지구상에 나이키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러닝을 좋아하는 나에게 나이키는 특히 익숙한 브랜드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일본 업체에게 말 그대로 사기를 쳐서 사업을 시작하던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매우 흥미진진했고,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하여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막힘없이 읽어내려가던 나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이 모든 여정이 끝난 후 은퇴한 창업자 그룹의 삶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헤이즈는 농장에 살며, 그동안 수집한 불도저들을 몰고 다닌다. 우델은 강과 공항을 관리하는 회사의 이사장이 되었다. 존슨은 책을 가득 채운 '고독의 요새'를 만들고, 대농장에서 동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나이키 정도의 거대기업을 일군 사람들의 말년은 어떨까 싶었는데, 조금 스케일이 커진 것 외에 '취미 생활'의 범주에 들어가는 일들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반면, 스스로를 위험 중독자라고 설명하는 필 나이트는 할 일을 찾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 책을 비롯한 소설, 강연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나의 솔직한 인상은, 또다시 미친듯이 할 일을 찾아 나서는 필 나이트의 모습이 정말 중독자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아들과의 사이가 악화될 정도로 나이키 경영에 미친듯이 매진하였다. 은퇴 후 잠시 여유로운 삶을 즐겼지만, 이제 다시 '미친 생각'을 하며 옛날처럼 미친듯이 일하기 시작할 것을 예고하며 이 책은 마무리된다. 이러한 기질 덕분에 그가 사업가로서 크게 성공했겠지만, 나로서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을 준다. 매우 흥미진진한 동시에 위험한 도박들을 매번 성공시키며 나이키를 일군 사람의 스토리를 경탄하면서 모조리 읽고 나서도, 나는 필 나이트가 중독자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의 삶에 너무 안주하는 것일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안정의 달콤함에 취해, 도전하는 삶을 신포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어쩌면 필 나이트가 자신의 일대기를 너무 극적으로 서술해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큰 변동 없이 소위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것과, 몇십년 간 성공을 일구고 나서 보통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의 차이를 과소평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필 나이트처럼 매번 도전하여 자신의 한계를 부수어 나가는 삶이 가장 가치있고, 또 "재미있는 삶"을 사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으로서는 내가 이 사람만큼 한 가지 일에 내 모든 것을 바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더 늦기 전에 그러한 일을 찾아 나서야 할까? 지금 내가 즐기고 있는 적당한 업무량과 적당한 취미생활의 균형을 깨는 것이 무섭다. 나는 지금 변화를 두려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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